렌 칼럼니스트 "최태원 회장 SK 지배력 약해질 수 있어"최회장 일가 지분율 '국내 지배력 기준인 20%' 아래로 떨어질 수 있어1.3조원 재산분할 판결 확정시 최 회장 지분 매각 가능성
  •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로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헤지펀드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슐리 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지난 4일(현지시간) '10억달러 규모의 한국 이혼, 수치심에 실패했을 때 작동하는 방법' 제목 칼럼에서 "한국 최대 대기업중 하나가 적대적 M&A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최 회장의 SK에 대한 지배력은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렌 칼럼니스트는 "최 회장과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을 포함한 친족은 그룹 지주회사 지분의 25%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며 "최 회장이 이혼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지분을 일부 양도하거나 매각해야 한다면 최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국내 지배력 기준인 2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선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원고(최 회장)는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의 현금성 자산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이다. 자산 대부분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지분(지분율 17.73%)이다. 이에 일각에선 2심 판결 확정시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렌 칼럼니스트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예로 들며 적대적 M&A, 헤지펀드 행동주의 캠페인의 위협 가능성을 경고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그동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과정을 문제 삼거나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국내 대기업들을 타깃으로 삼아왔다.

    렌 칼럼니스트는 "SK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여전히 낮다"며 "판결로 인한 강력한 랠리 이후에도 애널리스트들이 부여한 평균 가치보다 20%이상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대기업 할인은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가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알려진 코스피는 현재 닛케이225(2배), MSCI 차이나(1.3배)에 비해 장부가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적어도 10년간 강력한 가족경영 대기업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 이혼소송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재벌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두번째로 높은 한국의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 보유주식 주가를 싸게 유지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며 "실제 부를 감추기 위해 미로처럼 얽힌 지주회사를 상장해 전체 주식시장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SK그룹도 최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지주사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렌 칼럼니스트는 "SK 이혼 사건이 흥미로운 것은 재벌가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가부장 문화가 예전만큼 지배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재벌도 경영권 승계 및 변경 문제에 직면해 있어 인수 제안이 들어오면 소액주주에게 호소하고 달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