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3, '진퇴양난'…사업시행인가 통과 가능성 작아설계사 재공모시 손해배상 부담…'보복성 조사' 뒷말조합들 '군기 잡기' 대응에 불만 고조…역효과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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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통합기획 칼자루를 쥔 서울시가 압구정 재건축 판을 흔들고 있다.먼저 설계사를 선정했던 압구정3구역이 시의 조합 실태조사로 주춤한 가운데 후발주자인 4·5구역이 사업에 속도를 내며 추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특히 시가 3구역 조사 기간을 1주일 연장하면서 조합 길들이기를 위한 '보복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통기획 지침 준수'를 둘러싼 시와 3구역 조합간 강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압구정 재건축 시장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시와 조합의 갈등은 설계사 선정 단계부터 불거졌다.앞서 7월 진행된 설계사 선정 공모에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신통기획 용적률 상한선(300%)을 초과한 360%의 설계안을 제시하자 경쟁사인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는 공모지침 위반이라며 즉각 반발했다.시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 희림건축을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입찰방해 혐의로 고발한 뒤 조합에 공모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 공문을 발송했다.그럼에도 조합이 희림건축의 설계사 선정을 강행하자 시가 '무효' 입장을 밝히며 본격적인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시는 이달 초부터 3구역에 대한 운영 실태조사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조합 길들이기에 나섰다.정비사업지를 대상으로 한 정기점검이라는 것이 시 입장이지만 정비업계에서는 조합에 대한 보복성 조사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이런 가운데 이달 11일까지로 예정된 실태조사 기간이 1주일 연장되자 신통기획을 밀어붙이기 위한 '과잉 대응', '표적 조사'라며 조합 내부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현재 3구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우선 시의 경고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할 경우 리스크 부담이 적잖다. 당장 실태조사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입찰 과정에서 위법성이 확인되면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될 수 있다.실태조사를 무사히 통과하더라도 시장의 허가가 필요한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 사업이 막힐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시는 조합이 설계사를 재공모하지 않을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시가 강경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압구정처럼 상징성이 큰 지역에서 설계안 변경의 여지를 남기면 추후 다른 사업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출할 수 있어 일찌감치 단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시 요구대로 설계사를 재공모하는 것도 조합에는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판례에 따르면 정당한 입찰 절차를 거쳐 선정된 업체의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면 해당 업체에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3구역이 시와의 대립으로 발목이 잡힌 사이 4·5구역은 설계사 공모 절차에 착수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특히 두 구역은 '3구역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신통기획에 따라 공모작을 제안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공모에 나섰다. 시와의 갈등을 최소화해 재건축 속도를 앞당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4구역에서는 △건원건축 △정림건축 △토문건축 △디에이건축 등이, 5구역에서는 △해안건축 △ANU건축 △건원건축 등이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일각에서는 신통기획 추진을 위한 시의 강경 대응이 오히려 후보지 이탈이라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예컨대 최근 신통기획안을 제출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는 일부 조합원들이 단지 내 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고 있어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강남구 대치동 '선경1·2차'의 경우 임대주택 건립을 놓고 조합원간 대립이 격화돼 신통기획 신청을 2주 만에 철회했다.강남구 재건축조합 한 관계자는 "이미 임대주택 등 기부채납에 대한 불만이 적잖은 상황에서 시의 '군기 잡기'식 신통기획 추진은 조합들의 반발만 키울 것"이라며 "최근 부동산시장이 조금씩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조합 재량권이 더 큰 민간 정비사업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