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장 22개조합중 17곳 공사비 5048억 더내 지난해 공사비 검증의뢰수 33건…매년 '증가추세'부동산원 검증, 법적 강제력 없어…중재권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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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부동산원 검증결과 적정 공사비 보다 5000여억원이 더 청구된 것으로 드러났다.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 1~9월 공사비 검증현황'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 시공사들이 조합에 요구한 증액공사비는 총 2조3273억3900만원으로 집계됐다.증액요구는 다양했다. 사안별로 보면 △가구수 증가 △설계 및 마감재 변경 △연면적 증가 등 17곳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부동산원이 올들어 9월까지 검증한 정비사업장 22곳 가운데 17곳의 적정공사비는 총 1조8225억2800만원으로 시공사가 요구한 금액보다 5048억1100만원 적었다.나머지 5곳중 4곳은 검증이 진행중이고 1곳은 조합장 해임으로 올 2월 검증이 중단됐다.조합이 공사비 검증을 의뢰한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검증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9년에는 4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14건 △2021년 24건 △2022년 33건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공사비 갈등으로 큰 이슈가 됐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경우 공사중단 사태끝에 조합이 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했고 지난 6월 검증결과가 공개됐지만 조합과 시공단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서초구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도 마찬가지다. 2017년 시공사로 선정된 GS건설은 조합과 공사비 9300억원으로 계약을 맺은 바 있지만 GS건설은 지난해 원자잿값 및 인건비인상과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 5000억여원을 추가로 요구했다.공사비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대표적인 곳중 하나가 북아현2구역 재개발사업이다. 조합이 2020년 시공단과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공사비는 3.3㎡당 490만원이었지만 자재비 및 인건비인상과 조합설계변경 등으로 공사비가 859만원까지 치솟았다.조합은 시공단 요구금액보다 낮은 687만원을 제시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조합은 지난달 30일 대의원회를 열고 시공단 계약해지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그결과 95명 가운데 84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다만 조합은 이달말 예정된 해지총회가 있기 전까지 시공단과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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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3구역 재건축사업장도 상황이 비슷하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홍제3구역은 당초 2020년 시공권 계약을 맺을 당시 공사비는 3.3㎡당 512만원이었다. 하지만 5월 공사비를 898만원으로 올려줄 것을 조합에 요청했다. 공사기간도 기존 34개월에서 51개월로 연장해줄 것을 요구했다.이로인해 조합은 이달 9일 정기총회를 열고 안건중 하나로 현대건설 시공사 선정취소 및 공사도급 가계약해지 건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총회가 열리기전 이사회에서 조합은 현대건설과 계약해지 안건을 다루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대화를 통한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전망이다.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조합의 검증요구는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부동산원 검증은 강제력이 없는 탓에 갈등 중재권한이 없는 실정이다.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검증제도를 법적인 장치로서 강제하게 되면 간단하겠지만 조합과 시공사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원 검증도 조합과 시공사간 기준합의가 안된 부분에 대해서는 검증대상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퍼펙트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서정렬 교수는 단지 규모에 따른 객관적인 프로토타입이 공사비 과잉산정과 같은 문제를 일정부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서 교수는 "분양가상한제 심사할 때처럼 단지규모에 따라 원가에 대한 부분이라든지 정형화된 표준비를 산정하면 그것이 가감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며 "물론 가산비가 있어서 모든 사업현장이 특정금액으로 진행될 수는 없겠지만 절차별·항목별 프로토타입을 제시할 수 있으면 검증과정에서 임의성을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편 홍기원 의원은 공사비 검증제도 정착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개정안은 조합 등 사업시행자가 부동산원을 통해 도출한 공사비 검증결과를 조합원 총회에서 공개하고 공사비 변경 계약시 반영여부 및 범위를 의결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홍 의원은 "지난 5월 공사비 검증제도 정착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 발의했다"며 "공사비 검증의뢰가 급증하는 지금 제도의 부작용을 보완해 조합원과 건설사간 갈등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