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7나노 기술 과시… 반도체 공급망 자립 의지지난 2014년-2019년 뛰어넘는 반도체 투자 펀드 출범 예정"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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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 주춤할 것 같던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에 영향을 받은 듯 실적은 고꾸라졌지만 오히려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최근 중국 화웨이가 7나노급 반도체 칩이 내장된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도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이뤄내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150여개 기업 중 80%는 실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146개 반도체 관련 기업의 상반기 매출 합계는 2201억위안(40조42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 감소했지만 연구개발 지출은 되려 늘었다. 중국 반도체 기업 대부분이 스마트폰·PC 시장의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도 투자 지출을 더 늘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9년 5월 화웨이 제재로 촉발된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 야망도 시들해질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른 전개다. 

    미국은 기업들의 거래 제한 조치로 미국 기술을 활용한 모든 부품, 서비스로 확장하고 미국 동맹국들까지 가세하며 화웨이는 무너졌지만 중국의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의 투자 및 지원은 적극적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 반도체산업 육성전략인 '국가집적회로산업 발전촉진 정책'을 수립했다. 제조 부문에서 2015년 32/28나노 제품 양산, 2020년 16/14나노 제품 양산이 목표다. 이에 SMIC는 지난 2019년 14나노의 공정기술을 확보했다. 최신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업에 적용 가능하다. 

    중국은 또 지난해 자국에서 상장한 반도체 기업 190곳에 총 121억위안(약 2조31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중국 1위로 세계 5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는 19억5000만위안으로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투자 펀드도 출범할 예정이다. 이달 초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자족을 달성하기 위해 3000억위안(54조5790억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14년과 2019년에 출시된 1389억위안과 2000억위안의 반도체 투자 펀드 규모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화웨이가 내놓은 '메이트 60 프로'에는 7나노 공정이 적용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칩인 '기린 9000S'를 탑재했는데, 중국 파운드리 기업인 SMIC가 양산한 제품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SMIC의 기술력이 14나노 수준에 정체돼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SMIC가 7나노에 진입하면서 경쟁사들을 추격하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MIC는 지난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5.6%의 점유율을 보이며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분기 대비 0.3% 증가한 수준으로 3위와 격차는 불과 1%에 불과하다. 매출은 6.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양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과 동맹국 중심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과 범용 기술에 기반을 둔 중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으로 양분될 것"이라며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나 다른 동아시아 국가로 단기간에 대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다만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중국의 고급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에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