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자사 기술 활용… 수출통제 대상" 소 제기미 법원 "소송 제기할 권한 없다" 판결… 한수원, 원전 수주 탄력 기대항소·미 정부 개입 가능성 배제 못해… 쟁점 지식재산권 문제·갈등 여전
  • ▲ 한국이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 2호기.ⓒ연합뉴스
    ▲ 한국이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 2호기.ⓒ연합뉴스
    미국 원자력전문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독자 원전 수출을 막아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졌다. 미 법원은 소송 제기 자격이 없다며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을 각하했다. 한수원으로서는 수출에 숨통에 트인 셈이다.

    다만 양측 간 핵심 쟁점인 원전 기술의 지식재산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불씨는 여전하다. 웨스팅하우스가 미 정부를 등에 업고 다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워싱턴DC 지방법원은 18일(현지시각) 웨스팅하우스가 경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독자 원전 수출을 막으려고 제기한 소송에서 한수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각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웨스팅하우스가 '수출통제 규정(제810절)'을 집행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고 봤다.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은 지난해 10월 제기됐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폴란드·체코 등에 수출하려고 하는 한국형 원전이 자사 기술을 활용했다며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통제 대상이라는 의견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소송에서 한수원이 원전을 수출하려면 미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가 소송의 근거로 제시한 미 연방 규정 제810절은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된 특정 원전 기술이 외국에 이전할 경우 에너지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가 문제 삼은 원자력에너지법을 이행할 권한은 미 법무부 장관에게 배타적으로 위임돼 있으며, 사인(私人)에게는 소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권한이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법원은 한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양측의 핵심 쟁점인 지식재산권 관련 내용은 다뤄지지 않았다. 법원은 웨스팅하우스의 소송 자격 여부를 따졌을 뿐이다. 아직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는 셈이다.

    한수원은 원전을 자사의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해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과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원전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후에는 독자적인 개발을 통해 수출을 추진 중인 현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설명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때부터 집요하게 지식재산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한국형 원전 수출에 있어 사업 수주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판결 결과에도 승복하지 않고 항소하거나 여타 다른 경로를 찾아 계속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없잖다.

    미 정부가 자사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 수출을 문제 삼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 웨스팅하우스를 우회하고 체코 원전 수출을 직접 미국 에너지부에 신고하려고 했으나 에너지부가 반려해 미국 정부가 한수원의 독자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한수원으로선 이번 승소로 당장의 부담은 해소됐지만, 원활한 수출에 다다르기까지는 넘여야 할 과제가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