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강경파 해임건의안 가결… 234년 역사상 최초 불신임뾰족한 대안 없어 집행부 공백 우려… 예산안 협상 난항 예상내달 중순 셧다운 위기·국가신용등급 강등 위험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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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가 미봉책으로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가까스로 피한 가운데 미 하원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234년 미 의회 역사상 최초로 하원의장이 해임되는 사태를 맞았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협상에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셧다운 위기를 넘어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다시 한번 빨간불이 켜졌다.미 하원은 3일(이하 현지시각) 전체 회의를 열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 처리했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미국 내 권력순위 3위인 하원의장이 전격 해임된 것이다.전날 공화당 강경파는 지난달 30일 의회 문턱을 넘은 연방정부의 45일짜리 임시예산안과 관련해 수정안 통과를 주도한 같은 당 소속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해 해임결의안을 제출했다. 앞서 매카시 의장은 연방정부 기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오는 11월 중순까지 연방정부 예산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으로 임시예산안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민주당과 손잡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동안 20여 명의 공화당 강경파는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 대폭 삭감과 강경한 이민 정책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매카시 의장은 셧다운 사태를 막기 위해 사실상 당내 강경파와 등지고 민주당의 지지를 끌어내는 쪽을 선택한 셈이다.설상가상 임시예산안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빠진 것과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매카시 하원의장과 따로 이면 합의를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논란이 커지자 매카시 의장은 "별도 합의는 없다"고 진화에 나서며 공화당 강경파의 해임결의안에 대해서도 자신만만한 반응을 보였지만, 표결 결과는 달랐다. 믿었던(?)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며 해임 찬성에 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이 최근 추진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와 임시예산안에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 240억 달러(32조 원쯤)가 빠졌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결국 매카시 의장은 하원에서 처음으로 불신임당한 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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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하원의장 해임 사태로 미 의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매카시 전 의장이 다시 출마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공화당 강경파와의 관계개선이 없다면 재선출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매카시 전 의장은 올 1월6일 당선될 때도 강경파와의 줄다리기 속에 15회의 투표를 거쳐 간신히 당선됐었다.일단 급한 불을 끈 셧다운 위기 상황이 더 거세게 불어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원 지도부 공백 사태가 길어질 경우 정상적인 예산안 협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셧다운 위기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공화당 강경파는 내년도 정부 지출액을 지난해 수준인 1조4700억 달러로 줄이지 않는 한 예산안 처리는 불가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이번 해임 사태로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진 데다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등을 두고 대립하는 양상이어서 기한 내 본예산안 처리가 녹록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한편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Aaa)'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는 무디스는 지난달 25일 보고서에서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의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혀 국가신용등급 강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