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실손①] 13개 손보사 손해율 120%9년 넘어 10년째 보험료 올려야 할 판송석준 의원 "의료쇼핑이나 과잉진료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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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비급여 규제와 보험료 인상 등으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올해 들어 또다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4세대 실손보험 장려 등을 통해 손해율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커질수록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만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13개 손해보험사(농협·DB·롯데·메리츠·삼성·악사·ACE·AIG·MG·KB·한화·현대·흥국화재 등)의 올 상반기 기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20.2%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117.6%에 비해 2.6%포인트(p) 가량 오른 수치다. 2020년 130.5%에 달했던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2021년 130.9%로 소폭 오른 후 지난해 13.3%p 가량 낮아지며 안정세를 찾아갔다. 하지만 6개월만에 또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병원 치료 시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실제 들어간 치료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77.6%에 해당하는 4000여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손보사가 80%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위험손해율은 발생손해액(지급보험금)을 위험보험료(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이 되는 보험료)로 나눈 값이다. 위험손해율이 120%라는 것은 가입자로부터 보험료 100원을 받아 120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위험손해율은 산정 시 사업비가 포함되지 않아 보험료율을 산출할 때 사용하는데 보험료 인상의 근거가 된다.
실제 보험사들은 2015년부터 실손보험 적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보험료를 9년 연속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15.6% 인상을 시작으로 ▲2016년 19.3% ▲2017년 20.7% ▲2018년 동결 ▲2019년 7% ▲2020년 7% ▲2021년 12% ▲2022년 14% 등 꾸준히 인상했다. 지난해 손해율을 바탕으로 올해도 8.9% 올려 단순 계산해 지난 9년간 보험료는 104.5% 뛰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손보험 적자규모가 지난해 1조530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이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해율에 맞춰 보험료를 인상했음에도 오히려 적자규모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2022년 실손보험 사업실적'을 발표하면서 손해율 개선을 통해 2021년(2조8600억원)보다 적자폭이 1조3000억원 가량 줄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험료 인상으로 보험료 수익이 증가했고 '백내장 과잉진료 및 보험금 누수 방지를 위한 특별대책' 등 비급여 과잉진료 방지 노력이 위험손해율을 낮추는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기부담률이 오르는 대신 보험료가 저렴해 과잉진료 통제 수단을 갖춘 4세대 실손보험 비중이 늘어난 영향도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4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실손보험보다 보험료는 저렴하지만 병원을 자주 이용하면 할수록 보험료가 할증돼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결국 실손보험 손해율이 커지면 커질수록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실손보험은 갱신형으로 운영되고 있어 손해율 증가는 곧 소비자에게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라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의료쇼핑이나 과잉진료, 중복보장 등을 막는 것은 물론 사업비 절감 등 보험사의 자구노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