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주거동중 3개동 '안전진단 D등급' 취득준공30년차 수준…C등급 9개동·A등급 '전무' 미인증순환골재·풍화암 섞여 콘크리트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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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30년차 노후단지도 안전진단을 하면 간신히 C등급을 받는다. 그런데 신축이 D등급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서울 양천구 목동 재건축조합 관계자)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AA13-1·2BL)가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17개 주거동중 3개동이 당장 헐고 다시 지어야 할 수준인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더욱이 지난 2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무량판구조 전수조사 결과에 부실시공이 '0건'으로 나오자 GS건설을 향한 비판여론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그도 그럴 것이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신축아파트가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사례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하다. 그럼에도 GS건설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은 입주예정자 보상안을 두고 볼썽사나운 '네탓공방'만 하니 눈쌀이 절로 찌푸려진다.현행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안전진단 D등급은 '주요구조물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보수·보강이 필요,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쉽게 풀어 건물외벽에 균열이 생기거나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는 등 건물이 심각한 수준으로 낡아야 해당등급을 받을 수 있다.노후된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우선 준공 30년차이상이면서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육안으로 보일 만큼 노후도가 심각해도 D등급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안전진단이 '재건축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이유다.예컨대 1979년 준공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4수 끝에 겨우 D등급을 받아 '조건부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었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것은 2010년으로 당시 준공연한은 31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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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른 단지들은 꼬박 30년이 걸려도 어려운 D등급을 GS건설은 무려 입주도 전에 달성함으로써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입주와 동시에 재건축조합에 가입할 판"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축아파트가 D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새로 지은 건물이 재건축도 가능한, 즉 당장 철거해도 괜찮은 등급이 나왔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힐난했다.특히 다른 곳도 아닌 주거동이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허종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정밀안전진단 결과보고서'를 입수한 결과 GS건설이 시공한 검단아파트는 1블록 101·102·103동이 종합평가 D등급을 받았다.참고로 붕괴사고가 발생한 곳은 2블록이다. 특정구간이 아닌 단지전체가 '부실덩어리'임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실제로 다른 주거동들도 안전진단 결과가 형편없다. D등급 3개동을 제외한 14개동중 9개동이 C등급, 5개동이 B등급을 받았다. A등급은 아예 없었다. 앞서 GS건설이 사고가 난 2블록은 물론 1블록까지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으로 추정된다.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C등급은 당장 안전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준공 30년 노후아파트들이 대부분 C등급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신축아파트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이은형 연구위원은 "검단아파트 안전진단 결과만 봐도 총체적 난국임을 알 수 있다"며 "애초에 건물자체를 잘못 지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철근누락과 콘크리트 강도 약화 같은 부실공사 문제는 보통 시공사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크고 이 경우 감리사 책임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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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아파트가 D등급을 받은 배경에는 '불량 콘크리트'가 있다.안전진단 과정에서 아파트에 사용된 콘크리트를 분석한 결과 '미인증 순환골재'와 '풍화암' 등이 원자재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골재란 콘크리트에 포함되는 자갈·모래 등으로 전체 구성원료의 70~80%를 차지한다.검단아파트에 사용된 순환골재는 다시 말해 '재활용골재'를 의미한다. 폐콘크리트를 파쇄·가공해 그속에 포함된 골재를 추출한뒤 다시 사용한 것이다. 주로 도로공사에 쓰이지만 인증을 획득하면 아파트 건축에 사용해도 무방하다.공공주택 건설시 콘크리트는 발주처인 LH가 조달청 입찰을 통해 공급하는 관급자재다. 검단아파트에서는 총 8개 레미콘업체가 선정돼 2021년 7월부터 콘크리트 타설에 들어갔다. 이후 5개월만에 급격한 수급난에 직면해 새 래미콘업체를 추가로 투입, 공사를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미인증 순환골재가 포함됐다.국토부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35조에 따르면 원자재 수급 곤란으로 불량자재 생산이 우려될 경우 시공사와 시행사는 특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하지만 검단현장에서는 특별점검이 생략됐다. GS건설과 LH는 사전점검과 정기점검만 실시했고 모두 '적정' 처리했다.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점검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관리·감독소홀은 콘크리트 강도약화로 이어졌다. 대한건축학회의 안전진단 보고서를 보면 검단아파트 구간별 콘크리트 압축강도는 주거동 저층부(10층이하) 내벽이 80.3%, 고층부 내벽이 82.0%로 설계기준(100%)을 훨씬 밑돌았다. 사고가 발생한 2BL 주차장은 83.7%로 확인됐다.이는 주거동의 콘크리트 강도가 붕괴사고가 발생한 주차장보다 떨어짐을 의미한다.전문가들은 검단아파트와 같은 부실공사 재발을 막으려면 적절한 공사비 보전방안과 실효성 있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이 연구위원은 "건설 생산품 품질 확보와 현장안전을 위해 필요한 지출이라면 사회적 비용으로 인지하고 이를 보전해줘야 한다"며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시공사 등에는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등을 실무 단계에 적용할 수 있는 적절한 패널티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