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 온타리오 뮤지엄(ROM)의 'Nature's Symphony' 캠페인침팬지 '루나'의 시선으로 바라 본 30억 년 지구의 역사, 3분 짜리 오페라로 감동 선사ROM의 정체성 강조하고 자연사라는 주제에 새로운 생명 불어 넣어브로큰 하트 러브 어페어(Broken Heart Love Affair)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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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틀 무렵, 광활한 대지를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 거친 숨을 쉬는 침팬지 한 마리가 등장한다. 어딘가를 응시하는 침팬지의 눈동자에는 태초의 빅뱅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폭발이 인다. 이후 침팬지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르며 30억 년 지구의 역사를 너무도 인간적인 감성으로 바라본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의 대표 자연사 박물관인 '로열 온타리오 미술관(Royal Ontario Museum, ROM)'이 최근 선보인 '자연의 교향곡(Nature's Symphony)' 캠페인이 강렬하면서도 감동적인 영상미로 호평받고 있다.이 캠페인은 침팬지 '루나(Luna)'를 내세워 단 3분 안에 30억 년 지구의 역사를 압축해냈다. '루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탐구하며 삶과 죽음, 사랑과 기쁨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주제를 오페라 아리아의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침팬지를 떠올리게 하는 '루나'의 모습과, 신비롭고 아름다운 지구의 서사는 보는 이에게 알 수 없는 감동과 경이로움을 선사한다.인간과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를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시청자들의 심리적 반응을 의도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접근이었다.이번 캠페인을 대행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브로큰 하트 러브 어페어(Broken Heart Love Affair)의 크레이그 맥킨토시(Craig McIntosh)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는 "침팬지가 지닌 인간적 감정을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 실제 배우와 무용수가 루나 캐릭터를 연기했다"며 "배우의 표현력을 통해 관객들이 침팬지와 감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했고, 이는 인간과 자연 간의 연결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루나'를 연기한 배우 제니퍼 로즈(Jennifer Rose)는 "침팬지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모방하고, 오페라 아리아의 가사를 직접 따라 부르며 감정선과 신체적인 디테일을 모두 완벽하게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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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로즈가 연기한 '루나'의 모습은 디지털 그래픽 작업으로 완성됐지만, 그의 연기가 불어 넣은 '인간적 감성'은 이번 캠페인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정서를 내내 유지한다. 또한 영상의 배경 음악으로 삽입된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루나'의 감성을 폭발시키는 핵심 매개체 역할을 한다.크레이그 CCO는 "루나가 아리아를 부르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만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제임스 젠틸(Jaimes Zentil) 브로큰 하트 러브 어페어 공동 CCO는 "어릴 적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아버지가 와인을 한 잔 마시며 오페라 음악을 듣곤 하셨다. 그 기억은 우리집 특유의 분위기로 남아있다"며 "(캠페인 속) 아리아는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아리아의 언어나 가사를 이해하지 않더라도 그 선율의 이면에 숨겨진 감정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클라이언트에게 해당 곡을 들려줬을 때, 이 노래가 삶과 죽음, 사랑, 기쁨이라는 주제와 얼마나 정서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이 진심어린 연결은 자연이 보여주는 심오한 드라마와 ROM 컬렉션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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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루나'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는 생경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렇기에 더욱 새로운 관점으로 영상과 음악에 빠져들게 만드는 마법같은 순간을 창조해낸다.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감정을 표현한 '루나'의 섬세함은 세밀한 제작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 영상 제작을 맡은 룬 밀턴(Rune Milton) 감독과 프로덕션 회사인 리볼버(Revolver)는 침팬지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수작업으로 모든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제작에 참여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케미스트리(Chemistry)의 마이클 베일(Michael Bail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는 "영상 속 모든 장면은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인공지능(AI)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크리에이티브에 있어 완전한 자유를 실행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배우가 표현한 침팬지의 동작을 잘 살리되, 인간과는 다른 침팬지의 신체적 차이를 아름다우면서도 균형있게 표현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덧붙였다.샐리 틴달(Sally Tindal) ROM 최고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이번 캠페인은 우리가 자연에 보내는 러브레터"라며 "지구와 그 안의 모든 것들을 보호하고 돌보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이어 "1800만 점에 달하는 예술품과 문화 유산, 자연사 표본 등 세계적 수준의 컬렉션을 보유한 ROM은 우리를 둘러 싼 자연과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ROM을 다시 방문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ROM의 오페라 캠페인은 단순한 박물관 홍보 영상이 아닌, ROM의 의미와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자연사라는 주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침팬지 '루나'의 눈으로 바라본 경이로운 지구의 역사는 아름다운 시청각 콘텐츠를 넘어 인간과 자연 사이의 깊은 연결 고리를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준다. ROM의 캠페인은 토론토 지역의 극장과 온라인 플랫폼, 옥외광고(OOH)로 집행된다.
- ROM의 오페라 광고는 지난 2007년 광고대행사 팰런 런던(Fallon London)이 대행한 캐드버리(Cadbury) 초콜릿의 드럼치는 고릴라 광고와 비견될 만큼 훌륭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듣고 있다.캐드버리 '고릴라' 광고는 고릴라 한 마리가 필 콜린스(Phil Collins)의 노래 'In the Air Tonight'에 맞춰 열정적으로 드럼을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2008년 칸 라이언즈(Cannes Lions)에서 필름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21세기 최고의 광고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이 광고의 아이디어를 고안했던 후안 카브랄(Juan Cabral) 팰런 런던 전 CD는 당시 "브랜드는 고객들의 머리가 아닌 마음을 향해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광고 속 고릴라는 90초 동안 당신의 마음을 어딘가로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ROM의 광고 또한 사람들의 머리가 아닌 마음을 움직이며, 약 3분 동안 보는 이의 마음을 어딘가로 이끄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