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영향에 3분기 이어 4분기도 더 암울업황 둔화 불가피…불확실성 대비해 비용 절감 영업지점 및 비용 축소…자산 매각해 유동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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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의 실적에 갈수록 먹구름이 끼고 있다. 고금리 환경으로 인한 채권 평가손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 등 불확실성이 좀처럼 가시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증권사들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대비하는 모습이다.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대 대형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키움)의 3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 합계는 7589억원이다. 이는 지난 2분기(8285억원) 대비 8.40% 줄어든 수준이다.이 중 지난 26일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의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0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3% 급등했지만 지난 2분기 (1826억원) 대비 44% 줄었다. 1, 2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NH투자증권은 3분기 실적이 둔화됐다.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증권사들의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는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미국 장기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국내 채권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증권사별 채권 운용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부동산 PF 리스크가 지속된 것도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를 포함하면 위기는 더욱 커졌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증시 위축으로 거래대금도 둔화됐다. 1분기 50조원, 2분기 51조원을 넘긴 투자자예탁금은 3분기 49조원대로 줄었다.문제는 증권사 실적이 4분기 들어서도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반기 증권사 실적 개선을 이끈 거래대금 모멘텀이 고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는 증권사들의 비시장성 자산 재평가를 앞두고 있어 해외부동산 관련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금리 변동성이 10월부터 상당히 높아져 트레이딩 수익도 감소가 불가피해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눈높이를 더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실적 기대감 꺾인 증권가, 비용 절감하며 불확실성 대비업황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시장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비용 절감에 나섰다.우선 광고선전비 규모가 줄었다. 광고비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들이 가장 먼저 절감하는 항목 가운데 하나다.상반기 국내 증권사 29곳의 광고선전비는 총 1538억원으로 전년 동기(1610억원) 대비 4.5% 줄었다. 광고선전비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7%, 2.5% 줄였다.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감소폭은 더 두드러지는데, 지난해 상반기 대비 SK증권이 67%, 다올투자증권이 62%, 유진투자증권이 52% 광고비 규모를 축소했다.증권사들은 오프라인 영업지점 축소해 비용을 효율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증권사들의 국내 지점 수는 788곳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798곳) 대비 10곳, 전년 동기(835곳)대비 곳 47곳이 감소했다.특히 중소 지점들을 줄이고 큰 지점으로 통합하는 효율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인천·계양지점을 합친 인천금융센터, 제주·서귀포지점을 합친 제주금융센터, 대구·월배·위브더제니스지점을 합쳐 대구금융센터 등을 개점했다. 현대차증권도 강남지점 및 양재지점을 폐지하는 대신 강남프리미어PB센터 등을 오픈했다.일부 증권사들은 사옥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PF 리스크와 증시 악화로 부족해진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미래에셋증권은 서울 여의도 사옥(구 대우증권 본사)의 효과적 운용을 위해 매각, 개발, 보유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도 지난 8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가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증권업 환경은 내년 중순 이후에야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순 이후 기준금리가 하락 사이클로 진입할 수 있다"면서 "2018 ~2019년 설정된 해외 부동산펀드 손상과 PF 대출 관련 충당금이 실적에 상당 부분 반영되며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채권 보유 규모와 운용자산 규모가 큰 증권사를 중심으로 평가이익 시현·이자 수지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