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후 납부금액의 100% 이상 환급해주는 상품갑작스러운 사망 대비 겸 단기간 이자수익도 기대보장성인데다 월보험료 많아 보험사 입장에서도 '효자'당국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할 수 있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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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친한 보험설계사가 '단기납 종신보험'을 권유해 상담을 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보험금을 주는 보장성 보험으로, 첫 애가 태어나고 얼마 안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입해둔 사망보험금 1억원짜리 종신보험이 있었거든요.
당시만 하더라도 "내가 죽으면 1억이라도 물려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큰 고민없이 가입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차라리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탄탄한 회사의 주식을 매달 내는 보험료만큼 사 뒀둬라면 어땠을까"하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종신보험은 생명보험사들의 대표 상품으로 한때 관심을 끌었지만 최근엔 급속도로 인기가 식고 있습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85조4000억원이던 생보사의 종신보험 신계약 금액은 지난해 49조1000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생보사들이 위기에 빠진 것이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올해 초 생보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을 꺼내 들었습니다. 기존 20년 이상의 보험료 납입기간을 5~7년으로 줄이고 납입을 끝내면 곧바로 낸 보험료 이상을 돌려 받을 수(환급률 100% 이상) 있도록 상품을 바꾼 것이죠.
고객 입장에서도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사망보장을 받으면서도 단기간에 납부한 보험료보다 많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 목돈 마련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존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도 비교적 싼 편이니 여러모로 보험사와 고객의 니즈를 충족했습니다.
저축성 보험과 달리 보장성 보험이라서 올해 새로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많이 팔수록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불어나기 때문에 단기성과를 끌어 올릴 수 있어 '효자상품'으로 등극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 내내 1000%가 넘는 높은 시책(설계사 수당)을 내세워 경쟁적으로 판매에 나섰습니다. 설계사들도 앞다퉈 고객을 유치했구요. 그 결과 보험사들의 보험료 수입도 급격히 늘어나 '어닝쇼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5~7년납 종신보험 해약환급률을 100%를 넘지 못하게 제한한 것입니다. 즉 5년 동안 보험료를 내더라도 낸 보험료만큼 돌려받지 못하도록 한 것이죠.
일부 영업 현장에서 단기납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팔거나 110% 안팎의 환급율을 내세워 은행 예금보다 낫다는 식으로 판매한데 따른 조치였습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저·무해지 상품을 추천하면서 해지환급금이 적다는 설명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이달들어 모든 보험사는 단기납 종신보험의 상품 개정에 나서 5~7년납의 환급율을 100% 아래로 줄였습니다. 대신 규제가 없는 10년납 종신보험의 환급율을 대폭 올리는 식으로 바꿔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혜택이 줄어든다며 빨리 가입하라는 식의 절판마케팅도 기승을 부렸죠.
국내 보험산업 특히 생명보험시장은 포화단계에 이르러 저성장 기조에다 최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정체까지 겹쳐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산업은 소비자의 금전적인 부분과 직결되는 만큼 어떤 산업을 막론하고 강한 규제를 받습니다.물론 이 같은 제재가 장기 상품을 운용하는 보험사의 건전성 문제를 지켜줄 수 있지만 시장 내 적절한 경쟁은 보험산업을 발전시키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10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제재였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오히려 10년납의 환급률을 올리고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는 등 부작용만 키우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