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량 전년 대비 '둔화'미국, 유럽 등 투자 등 생산 속도 조절K배터리, 지난해 이어 '재고자산' 증가 여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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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최대 실적을 연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었던 K-배터리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대세로 떠올랐던 전기차 시장이 대폭 위축되면서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사업 투자를 줄이는 등 노선을 선회하면서 배터리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하반기 전기차 수요는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배터리의 재고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까지 배터리 3사의 재고자산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재고자산은 6조9956억원으로 전년도(2021년) 3조8958억원 대비 79.6% 늘었다. 삼성SDI는 2조4873억원에서 3조2045억원으로 28.8% 증가했으며, SK온은 3조5358억원으로 전년1조5927억원 대비 122% 뛰었다. 

    올 상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이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재고자산은 7조2213억원으로 2257억원 증가했다. 삼성SDI는 상반기 재고자산은 3조2358억원으로 313억원 늘어났다. 

    문제는 지난해까지는 전기차 수요가 굳건했다는 점이다. 리튬 등 주요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품을 출하하지 못했다면 올해는 전기차 판매 자체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수요 마저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021년에 전년 대비 115% 증가했으나 올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434만24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하는데 그쳤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재고가 증가하자 관련 사업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미국 포드는 올해 말까지 60만 대를 목표로 한 전기차 생산량을 40만 대로 낮췄다. 제너럴모터스(GM)는 소형 전기차 모델인 볼트의 생산 중단을 일시 선언하기도 했다. 

    또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전기차 전환 시점을 늦추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실제 영국과 스웨덴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기했고 독일과 프랑스는 보조금 상한액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최대 수요지인 유럽 주요국들이 관련 정책을 선회하면서 하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더 축소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 되면 배터리 업체들의 재무 부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리튬 등 원재료 가격 급락도 실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터리 가격은 원자재 가격과 연동되는 구조인데 원재료 가격이 급락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구매를 미루고 있어서다. 

    주요 배터리 업체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하반기 배터리 재고 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들어 주요 고객사의 보수적인 전기차 생산 계획에 따른 물량 조정 가능성이 일부 있다"며 "3분기 대비 소폭의 매출 성장을 현재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전기차 고객 수요는 당분간 회복 속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에 폴란드 법인 가동률을 최적화해 생산량을 일부 조정하고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완성차 업체에서 전기차 판매 둔화로 배터리 재고가 쌓이는 점은 기업에 부담이다"며 "재고가 늘어난 탓에 해외 공장 가동률을 일부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