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외주문도 당일 출고”… 최첨단 로봇시스템 구현된 CJ대한통운 인천GDC

빨간색 옷을 입은 사각형의 로봇 140대가 16단으로 켜켜이 쌓인 보관공간 위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필요한 물품이 위치한 곳에 멈춰선 로봇이 와이어를 수직으로 내려 바구니 한 개를 끌어 올려 품고, 건너편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로봇 간 접촉 사고가 날 일은 없다. 동선이 겹치면 빠르고 느리게 속도를 조절해 움직임으로 안전하고 빠른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달 9일 오후 CJ대한통운의 인천GDC(Global Distribution Center) 내 위치한 최첨단 물류 로봇시스템 ‘오토스토어(Auto-Store)’의 모습이다. 

오토스토어는 제품이 사람을 찾아가는 ‘GTP(Goods-To-Person)’ 작업 방식으로 고안됐다. 현재 16단의 큐브 형태로 구성된 보관공간에서 로봇이 Bin(보관 바구니)을 꺼내 출고 스테이션 작업자에 전달하는 식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9월 약 6264㎡(1895평) 규모의 공간을 증축해 오토스토어를 구축하고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최종 테스트를 마치고 오는 12월 정식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오토스토어는 사업 확대에 따라 무한한 증축이 가능하다. 현재 7만6000개의 Bin에 약 3만 종류의 제품이 보관돼 있는데, 향후 Bin의 개수와 물품 보관량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경진 CJ대한통운 CBE 운영팀장은 “오토스토어는 고정식 철제 선반에 팔렛트 단위로 보관하는 ‘랙 방식’보다 공간을 더욱 촘촘히 활용할 수 있어 보관 효율성이 4배 향상될 뿐 아니라 출고처리 능력도 2.8배 증가한다”며 “물류 현장에서 오토스토어를 실제 운용하는 곳은 국내에서 인천GDC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오토스토어가 위치한 이곳 CJ대한통운 인천GDC는 연면적 약 2만㎡(6117평) 규모로 구성된 국내 유일 글로벌 권역 풀필먼트 센터다. 아시아 물류기업 GDC 중 가장 큰 규모로, 500만개 이상의 제품을 보관할 수 있다.

인천GDC는 미국에서 받은 제품들을 보세상태로 보관했다가 일본, 싱가포르, 호주,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태평양 4개 국가 소비자가 주문하면 주문에 맞춰 포장, 발송하는 물류센터다. 

물품 포장부터 수출통관 및 물류과정을 거쳐 항공으로 운송하는 역할까지가 인천GDC의 몫이다.

2019년 국내 최초로 GDC 사업을 개시한 CJ대한통운은 글로벌 건강 라이프 쇼핑몰 ‘아이허브(iHerb)’를 대상으로 이러한 글로벌 물류를 수행하고 있다. 

오토스토어를 비롯해 첨단 시스템인 ‘OTP(Order-To-Person)’ 방식의 QPS(Quick Picking System), 스마트패키징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됐다.

이날 인천GDC에선 QPS에 따른 작업 효율성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주문정보가 입혀진 박스들은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해 작업자 앞에 멈춰 섰고, 작업자는 화면에 표시된 주문정보를 확인 후 진열대에 배치된 제품을 수량별로 박스 안에 넣기만 하면 됐다.

이 팀장은 “사람이 제품을 직접 찾으러 가는 ‘PTG’ 방식 대신, 주문정보가 담긴 박스를 자동으로 전달해주는 ‘OTP’ 방식과 제품이 사람을 알아서 찾아가는 ‘GTP’ 방식의 시스템을 활용해 물류 효율성은 물론 작업 편의성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토스토어와 QPS의 운영을 통해 CJ대한통운은 당일 최대출고량이 기존 2만 상자에서 3만 상자로 1.5배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인천GDC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물류비 절감은 물론 배송시간도 단축, 당일 주문량을 당일 출고하면서 해외배송의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현장에서는 일본에서 오늘 주문이 들어온 아이허브 제품이 막 박스 테이핑을 마치고 마지막 분류작업을 위해 컨베이어를 통해 이동하고 있었다. 

인천GDC에선 ‘당일 출고’가 이뤄지는 것으로, 인천과 일본공항에서의 세관 통과만 빠르다면 고객은 주문 후 배송까지 단 2~3일 안에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이 팀장은 “동일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 발송하기 때문에 지리적 근접성으로 소비자에게 빨리 배송될 수 있다”며 “인천GDC가 ‘전진기지’ 역할을 하면서 물류 효율성은 물론 고객사, 소비자의 만족도까지 높아지고 있다. 고객사와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CJ대한통운은 성공적인 인천GDC 운영 경험을 토대로 아이허브와 협력해 사우디에서 중동 지역 인근 국가로 발송하는 ‘사우디GDC’도 구축하고 있다. 

사우디 리야드 공항 통합물류특구(SILZ)에 들어설 ‘사우디GDC’는 사우디와 UAE, 쿠웨이트 등 중동 9개국에서 접수되는 주문의 배송을 맡게 된다.

CJ대한통운은 로봇·데이터·AI 기반의 첨단 물류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2026년 1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전세계 CBE(Cross-Border Ecommerce,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 팀장은 “압도적인 GDC 운영역량을 바탕으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초국경택배’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운영 프로세스에 최적화된 첨단기술 확대를 통해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CBE 물류시장의 ‘Top Player’로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