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물가상승률 맞춰 식사비 완화 검토"경제 활성화" vs "청렴문화 훼손"전문가들 "현실에 맞는 법 개정 필요"
-
정부가 이른바 '김영란법'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식사 접대비를 현행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란인데 소상공인들은 물가인상 등 현실을 감안할 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본래 법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데다 어렵게 정착시킨 청렴 문화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27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주무 행정 관청인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권익위는 식사비 한도를 1인당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김영란법 식사비 한도가 지난 2003년 공무원 행동 강령을 바탕으로 정해진 만큼 그간의 물가 상승률 등에 따른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김영란법은 공직사회에 청렴 문화를 정착시키고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막자는 취지로 지난 2016년부터 시행에 들어가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당시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교직원, 언론인 등이 1인당 식사 접대비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상을 제공받지 못하도록 규정했다.하지만 물가가 오르고 농축산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식사비를 제외한 농축산물 선물 가액 등은 수차례 상향 조정됐다.실제 김영란법 농축산물 선물 가액은 지난 2018년 설을 앞두고 기존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상향됐고 지난 2022년에는 명절에 한해 농축산물 선물 가액을 20만 원으로 올린데 이어 지난 8월에는 30만 원으로 인상했다.하지만 식사비는 도입 초기에 정해진 상한선이 지금까지 적용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인상 요구가 빗발쳐왔다.상황이 이렇다보니 권익위는 최근 김영란법 식사비 한도 완화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외식업자 등을 만나 현장 여론을 듣기도 했다.일단 자영업자와 외식업계 등은 식사비 완화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식사비 한도가 상향되면 가뜩이나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자들의 매출 신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식사비 한도가 오르면 매출이 올라 고용 창출 효과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이 관계자는 또 "식자재비나 인건비가 많이 올라 식대를 3만 원 이하로 맞추려면 좋은 식자재를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공공기관 주변 음식점 등 공직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음식점 업주들의 고통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식사비 상향 검토는)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소상공인 매출은 제한적인 부분을 풀어준 것만으로도 오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이런 관련 업계의 환영 분위기에 반해 여전히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직자들의 부정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제정된 김영란법 입법 취지가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는 "식사비 규제 때문에 경제 활성화가 안 된다는 이유로 식사비를 상향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언어도단'일 뿐"이라며 "원래 직무 관련자에게는 3만 원보다 더 적은 금액의 식사도 대접 받으면 안 되는 것이고 식사비 상향은 입법 취지에도 대단히 어긋난다"고 주장했다.참여연대 관계자도 "식사비를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리는 것은 공직사회의 청렴문화를 훼손하는 행태"라며 "식사비 규제는 민원인 등에게 얻어먹는 식사 비용을 3만 원으로 제한한 것이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일부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김영란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물가 상승에 따라 계속 개정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자꾸 액수를 올려 규율하는 것은 사람들의 법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김 교수는 "현실의 문제와 결부해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전면 개정을 통해 현실에 맞게 법이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