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말 발표예정이라며…한달지난 지금까지 '무소식'"기관협의중" 원론적 답변만…의도적 시기지연 의혹도개각전 12월초중순 유력…LH나 조달청이나 '도긴개긴'조타쥔 원희룡 내년 총선출마 예고…유종의 미 거둘때
  •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10월말까지 LH의 묵은 풍속·관습·조직 등을 뜯어고치는 새로운 안을 발표하겠다고 장담했지만 한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LH '철근누락' 사태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되자 국토부는 조직해체 수준의 LH 혁신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파라과이 출장중이던 8월중순 "LH 전관출신이 재직중인 업체와의 용역계약 절차를 전면중단하라"며 강력한 혁신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같은달 'LH 전관 카르텔 혁파를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국토부 출입기자단과 정례간담회에서는 'LH조직 덩치가 커지면서 많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 'LH는 강도 높은 외부수술을 받게 될 것'이라며 비판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11월이 끝나가는 현재까지 혁신안이 나오지 않자 업계에서는 각종 소문만 무성했다. 한때 LH 직원들 사이에서는 '11월 넷째주초'에 발표된다는 '설'도 돌았지만 이 역시 해프닝에 그쳤다. 

    발표지연에 대한 국토부 공식입장도 없다. 이유를 물어도 "관계기관과 협의중"이라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발표를 최대한 미루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혁신안 발표가 선거판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도록 발표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LH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국토부 수장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듯 보인다. 원 장관의 내년 총선출마가 가시화하면서 LH 혁신을 비롯한 각종 국토부 현안 추진이 흐지부지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개각전인 12월초중순에 혁신안 발표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했다. 발표가 미뤄지면서 오히려 혁신안에 대한 기대감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국토부는 '조직해체 수준의 대수술'을 예고했지만 이미 언론에 흘러나온 혁신안을 두고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현시점에서 사실상 확정된 혁신안은 설계·시공·감리업체 선정권한을 LH에서 떼어내 조달청에 이양하는 방안이다. 고질적인 전관특혜 차단을 위한 조치로 이한준 LH 사장이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때 밝힌 사안이다.

    문제는 권한을 넘겨받을 조달청마저 전관특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조달청은 퇴직공무원이 주축이 된 산하 관계기관에 다수 외부용역계약을 맡기는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주영 의원실이 2012년이후 조달청 외부용역계약건수 '톱5'를 확인한 결과 조달청 산하기관인 한국조달연구원이 총 153건 215억원 규모 외부용역계약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조달청 청렴도는 2020년 2등급에서 2021년 3등급, 2022년 4등급으로 매년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조달청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중항행정기관은 한곳도 없었다. 결국 업체선정 권한을 조달청에 넘기는 방안은 자칫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 될 수 있다.

    이밖에 토지·주택부문 분리와 주거복지부문 서울주택도시공사(SH)·경기주택도시공사(GH) 이관 등이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의문이다. 주거복지를 분리할 경우 LH 공공주택 사업의 '공공성'이 훼손되거나 막대한 부채를 SH가 GH가 떠안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지하주차장이 붕괴된지 6개월, LH 철근누락 사태가 불거진지 3개월이 훌쩍 지났다. 당장 대단한 해결책이 나올 것 같았지만 여전히 실체는 아무것도 없다. '언제 어디서든 부실공사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국민불안만 가중되고 있다.

    정책은 장난이 아니다. 발표시기를 공언했다면 어떻게든 약속된 시점까지 국민이 납득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예산확보나 관계기관간 협의 등으로 정책 추진이 불가피하게 늦어진다면 그 사유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특히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부와 정치인들의 '허언'이 국민을 지치고 좌절하게 만들어선 안된다. 최근 원 장관은 총선출마설에 대해 "현직장관으로서 여러 과제에 집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불안을 완화해줄 LH 혁신안을 통해 원 장관이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