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 1500만톤 돌파 전망, 중국산 31.2% 증가소폭인하 유력한 조선업체 후판 납품가에도 영향해상풍력용 강재 중심 포트폴리오 조정 이뤄져
  •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후판 생산현장 ⓒ현대제철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후판 생산현장 ⓒ현대제철
    수입산 철강이 국내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직접 경쟁보다는 에너지용 철강재를 수출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로 위기를 대처하고 있다. 

    1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수입된 철강재는 1439만5000톤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1.1% 늘어난 수치로, 코로나 이후 최대 규모다. 연말까지 수입 철강재는 1500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로는 중국산 철강재가 807만3000톤이 수입되면서 전년 대비 31.2% 증가했다. 일본산 철강재 수입은 519만6000톤으로, 지난해 대비 4.2% 늘어났다.

    품목별로는 열연강판이 392만톤으로 지난해 대비 28.6% 증가세를 나타냈다. 열연강판을 주로 사용하는 자동차·조선업 수요가 수입 확대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수입산 철강이 늘어나는 이유는 낮은 가격 때문이다. 중국산 판재류는 국내 가격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감산에도 자국 내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산 철강도 지속되는 엔저효과를 받아 국내 유입량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수입 철강재가 늘어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 후판 협상은 철강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톤당 100만원을 기준으로 소폭 인하를 점치고 있다.

    조선향 후판은 철강업계 포트폴리오에서 볼륨이 큰 품목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후판을 연간 550만톤, 260만톤 가량 생산하는데 조선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톤당 1만원 수준의 공급가격 변화에도 수 백억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수입 철강재 유입량 증가로 국내 철강업체는 납품 물량 감소와 더불어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수입산 철강은 품질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는 데서 전방 업체들이 국내 철강업체를 선택할 이유는 더욱 사라지고 있다.

    조선용 후판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며 국내 철강기업들의 공급망은 에너지용 철강재를 기반으로 바뀌는 추세다. 태양광, 풍력발전 구조물용 등 에너지용 철강재 시장은 2030년까지 8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용 철강재 시장이 각광받으면서 해상풍력 후판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풍력발전 구조물에 1MW당 필요한 철강재는 약 220톤으로 추산된다. 하부 구조물에 따라 더 많은 철강재를 필요로 하며, 내부식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고부가가치 철강 판매를 늘린다는 의미도 있다.

    포스코는 탄소저감 제품 브랜드 ‘그리닛’ 아래 친환경 에너지용 강재 브랜드 ‘그린어블’을 두고 있다. 2021년 덴마크 오스테드 영국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10만톤 이상 강재를 공급한 실적이 있고, 지난해 국내 업체 씨에스윈드와도 풍력발전용 후판 공급확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린어블을 통해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외에도 태양광, 수소저장용기 등 에너지용 강재 공급을 늘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조선용 후판이 전체 생산량의 55%를 차지했지만, 해상풍력 분야에서 공급을 늘리면서 향후 비중은 10%p 낮춰질 전망이다.

    현대제철 울산2공장은 최근 에너지 분야 전문 인증기관 노르웨이 선급협회로부터 ‘신재생에너지 해상풍력 공장인증’을 취득했다. 해상풍력 발전기 하부 구조물용 고강도 후육강관을 비롯한 에너지 관련 강관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해상풍력 단지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에 하부구조물용 강관을 공급하고, 현대스틸산업의 해상풍력 전용설치선에 690Mpa급 대형 강관 공급을 완료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철강재가 국산을 대체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며 “내년에도 전방산업 수요가 부진할거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생산과 판매 포트폴리오 조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