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마일 시장 37兆 육박, 마지막 아날로그의 땅SKT 'T맵 화물', KT '브로캐리', LGU+ '화물잇고' 출사표플랫폼 통한 거래 확산, 운임 과정 투명화 긍정적 전망자본력 앞세워 시장지배력 구축... 플랫폼 종속화 우려도
  • 국내 이동통신3사가 미래먹거리로 미들마일(중간물류) 시장을 낙점했다. 연간 37조원에 달하는 '마지막 아날로그의 땅'으로 불리는 해당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며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통3사의 진출로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메기 역할을 할지, 시장 생태계를 교란하는 갑질 역할을 할지 업계의 시각이 분분하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미들마일 시장은 판매자로부터 물류센터까지의 B2B간 운송을 의미하며, 37조원 규모에 달한다. 해당 시장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수거하는 단계인 '퍼스트 마일', 최종 고객에게 배송하는 단계인 '라스트 마일'의 중간단계다. 

    다만, 미들마일 시장은 영세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면서 배차 오류, 화-차주간 분쟁, 정산 지연 등의 문제가 존재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시장의 편의성 확대와 투명성 개선을 내걸며 해당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SK텔레콤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마스오토와 대형트럭 자율주행 고도화 사업에 손을 잡았다. 양사는 화주가 차주에게 배송용 상품을 전달하는 ‘미들 마일’ 분야에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티맵모빌리티의 최적 운임 조회, 빠른 운임 정산 등을 제공하는 'T맵 화물'과의 연동 서비스도 예상된다.

    KT는 지난해 5월 자회사 롤랩을 통해 AI 기반 화주·차주 실시간 매칭 플랫폼 '브로캐리'를 선보였다. 가입 차주 1만 2500명을 확보하고, 매출 750억원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지난 4월에는 AI 기반 운송 관제·화물 추천 기능을 강화한 '브로캐리 2.0'을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화물운송 중개 DX 플랫폼 '화물잇고'를 출시했다. 화물 접수부터 배차·운송·정산·거래처 관리 등 화물 중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선보인 것. LG유플러스는 3년 내 화물잇고 매출을 연간 1500억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에서는 이통3사의 미들마일 시장 진출이 장기적으로는 화물연대의 집단 파업 등 물류대란 해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본다.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확산하고 운송 정보와 운임 과정이 투명화되는 긍정적인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진출로 기존의 사업을 영위하던 8000여개의 영세사업자들의 존폐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운송·주선사들을 인수합병 혹은 폐업 수순을 통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 향후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플랫폼 이용료 인상을 통한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화물운송 중개 중소기업인 '화물맨'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2021년 화물맨 인수를 검토했다가 철회하는 과정에서 운임 자동 정산과 맞춤형 정보 제공 등 기술과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갈등을 빚은바 있다. 현재 양사는 물류 트래픽을 공유 방식 등 다양한 상생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의 진출이 화물 수송의 다단계 구조 등 낡은 관행을 개선하는 데 분명히 일조할 것"이라면서도 "이들이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화물 업계의 플랫폼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