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4 경제정책방향서 그린벨트 등 입지규제 완화 추진 밝혀지난해 3월 선정 15개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가 유력 해제 후보군으로 부상文정부 들어 적폐 취급된 고양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도 해제 여부 관심전문가 "지역별로 용도 맞게 과감히 풀어야"… 정부 입맛 따라 추진한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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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과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대전 유성구와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구 달성군 화원읍 등이 그린벨트 해제 우선 후보지역으로 거론된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3월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신규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한 15개 후보지 중 일부다.글로벌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반도체・미래모빌리티・방산・우주발사체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입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정부는 지난 4일 내놓은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규제 완화를 통해 혁신 생태계 조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첫손으로 꼽은 규제 완화는 입지 규제다. 정부는 먼저 지방 개발제한구역 해제 요건을 완화해 지역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태도다. 또한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에 (가칭)자율규제혁신지구(농촌형 기회발전특구)를 도입하고 요건을 충족하는 스마트팜(지능형 농장) 시설에 대해 농지 이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생태적 가치가 높은 산지는 적극 보전하되 국민편익과 기업활동에 필요한 산지는 입지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그린벨트(GB)·농지·산지 등 입지규제 3종 세트를 완화해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다.이 중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관심이 뜨겁다. 그린벨트는 1971년 박정희 정부 때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도시주변의 녹지를 보호하는 등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도입했다. 원칙적으로 건축물의 신·증축, 용도변경, 토지의 형질변경 등이 엄격히 제한된다.애초 국토의 5.4%인 5397㎢, 서울의 9배 면적으로 지정됐다. 이후 30여 년간 '성역'이었다가 DJ(김대중) 정부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수도권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면서 본격적으로 해제되기 시작했다. DJ 정부는 781㎢의 그린벨트를 풀었고 노무현 정부도 국민임대주택 사업을 위해 654㎢를 풀었다. MB(이명박) 정도도 '반값 아파트' 공약을 위해 보금자리주택을 짓고자 88㎢를 풀었고, 박근혜 정부도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인 '뉴스테이'를 위해 20㎢를 풀었다. 문재인 정부도 공공주택 건설을 위해 61㎢를 풀었다.현재 해제되지 않고 남아 있는 그린벨트는 3792㎢로 애초 지정 면적의 70%쯤이다. 17개 시·도 중 현재 그린벨트로 가장 많이 묶인 지역은 경기로 1131㎢다. 다음으로 대전 303㎢, 울산 268㎢ 등의 순이다. 강원, 전북, 제주는 지정됐던 그린벨트가 모두 풀렸다.정부는 그린벨트를 풀어 첨단산업 육성의 발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알려진 바로는 국책사업 또는 공공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환경평가 1·2 등급지도 해제하는 방안, 국가전략산업단지 조성 등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배제하는 방안 그리고 그린벨트 해제 패스트트랙 도입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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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후보군으로는 지난해 3월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선정된 경기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등 15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가 우선 거론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들 후보지 중 몇 군데가 사업대상지에 그린벨트를 포함하고 있다.대전의 경우 유성구 교촌동 일원 530만㎡에 나노·반도체 국가산단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부지 중 80.7%에 해당하는 427만㎡가 그린벨트 지역이다. 돌려 말하면 그린벨트를 풀지 않으면 국가산단 사업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경남 창원시가 의창구 북면 고암리 일원에 조성하려는 방위·원자력 융합 국가산단도 339만㎡ 중 적잖은 부지가 그린벨트로 묶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가 미래자동차·로봇 산업을 육성하려고 달성군 화원읍 옥포면 일원 329만㎡에 조성하는 미래 스마트기술 국가산단도 일부 그린벨트를 풀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후보지에 그린벨트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현재 그린벨트는 면적 100만㎡ 미만은 시·군에서 사업계획을 마련해 신청하면 시·시도지사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제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기존에는 30만㎡ 이하인 경우에만 시·도지사가 직접 풀 수 있었지만, 지난해 7월 관련 법이 바뀌었다. 해제 면적이 100만㎡ 이상이면 국토교통부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결정한다. 그린벨트 우선 해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대전 유성구와 경남 창원의창구 등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일부 지역의 숙원사업들도 정부의 규제 완화를 계기로 그린벨트 해제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경기 고양시가 일산지역과의 균형발전과 자족기능 확보를 위해 덕양구 강매동 일원 그린벨트(40만㎡)에 추진했다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부결됐던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도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거론되는 사업 중 하나다. 박근혜 정부에서 자동차튜닝산업진흥대책을 발표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던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 들어 소위 '적폐'로 몰리면서 사업 추진이 무산됐다. 당시 국토부 장관이었던 김현미 전 장관은 고양시 당정협의에 참석해 'GB를 풀어 자동차복합단지를 만들겠다는 첫 계획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사업 추진에 찬물을 끼얹었다.1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외국인투자사업으로 추진되다 백지화됐던 구리 월드디자인시티(GWDC) 조성사업도 함께 언급된다. GWDC 사업은 그린벨트 지역인 토평 등 한강변 81만㎡에 호텔 등에 사용되는 실내장식과 가구, 조명, 마감재 등을 주문 생산·유통하는 대규모 디자인 무역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이 밖에도 부산은 동북아물류플랫폼과 연계한 물류단지와 제2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 창원은 산단과 연구단지, 광주와 대구는 군공항 이전 등과 관련해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견해가 적잖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제도는 1971년 도입했는데 그동안 개인의 재산권 침해 논란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풀려고 하면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라면서 "풀려면 자연녹지가 아니면서 난개발 방지 등의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지역을 과감히 풀어 산단이나 공장을 짓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별로 토지용도에 맞게 개발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면서 "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지방은 공장, 서울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택을 지어 공급할 수 있게 허용은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인 최봉문 목원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필요할 때마다 싼 땅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오용하는 것 같다.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면서 "그린벨트로 지정·유지하는 목적이 있다. 공적 규제력으로 묶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는 개발이 필요하면 풀어 값싸게 땅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할 거면 전면적으로 풀어주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