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압박에…태영, 당국·채권자 요구안 수용

태영그룹이 금융당국과 채권단 압박에 결국 백기투항했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조건중 하나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전액을 납부하면서 채권단과의 협상 물꼬가 트였다.

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은 이날 오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중 잔여분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입금이 확인됐다"며 "숫자는 다 맞췄다"고 말했다.

태영은 윤세영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씨 지분 매각대금 516억원 가운데 300억원과 티와이홀딩스 회삿돈 등을 합쳐 89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 열리는 채권단 협의회에서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겠다는 약속이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앞서 태영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납부 경우 기존에 태영이 워크아웃 신청 당시 약속했던 기존 자구안을 실행한 것일 뿐 추가 자구안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과 채권단 입장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윤세영 회장 등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SBS나 티와이홀딩스 지분(33.7%)도 담보로 내놔야 한다는 게 이들 요구다.

당초 업계에선 오너일가 사재 출연 규모가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규모는 이에 크게 못미친다.

지금까지 사주 일가가 출연한 사재는 총 484억원이다. 하지만 태영측이 채권단에 밝힌 자구안과 중복되는 금액 등을 빼면 실제로는 68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한편 이날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경제수석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참석한 'F(Finance)4' 회의가 열렸다.

회의 참석자들은 "태영은 4가지 자구 노력을 조속히 이행할 뿐만 아니라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을 제시해 채권단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에게는 "태영의 실효성있는 자구노력 의지가 확인되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업계 이목은 태영을 향하고 있다. 태영은 이날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활용한 추가 자구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티와이홀딩스측은 "나머지 3가지 자구계획도 빠른 시일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조속히 실행할 예정"이라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자구노력과 관련한 내용은 그룹에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어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이 결정하면 우리 쪽에 통보가 올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될 것이다' 말하기가 어렵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