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바이오 지분 25.73% 확보해 최대주주 올라최근 10년간 지분인수 위한 투자 중 최대 규모오너3세 담서원 상무, 바이오사업 역할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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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온그룹이 국내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선두주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를 품에 안으며 바이오사업의 새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그동안 바이오사업을 미래먹거리로 꼽았음에도 지지부진했던 행보를 전환시킬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오너 3세로 오리온그룹에서 신사업발굴을 총괄하는 담서원 오리온 경영지원팀 상무가 바이오사업을 이끄는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홍콩 자회사 팬오리온을 통해 레고켐바이오 지분 25.73%를 확보했다. 이로써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한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가 단행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구주를 인수하는 데 5487억원을 투입할 정도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지분인수를 위한 투자액수 중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2017년 바이오사업 진출을 선언한 뒤 2019년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 사업목적에 바이오사업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면서 바이오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리온은 오리온홀딩스와 중국 제약사 산둥루캉의약이 합작해 세운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통해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진단키트 기술을 도입해 중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서는 오리온홀딩스와 하이센스바이오가 합작 설립한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백신기업 큐라티스와는 결핵백신을 공동개발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신약 후보물질, 플랫폼 기술을 내재화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제품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바이오사업이 그룹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리온그룹의 레고켐바이오 인수가 오너3세인 담 상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담 상무는 서울대와 북경대 MBA를 졸업한 뒤 2020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입사했으며 2021년 오리온 경영관리파트에 합류했다. 오리온그룹의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으며 2022년 말 상무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경영 승계 수업을 받고 있다.

    이같은 오리온의 상황을 미뤄봤을 때 지난해 말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한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 것은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레고켐바이오가 매년 영업적자를 10여년간 지속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레고켐바이오는 연 매출을 웃도는 수준으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어 영업이익을 내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8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2019년을 제외하고 2015년 이후 10여년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511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고 50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레고켐바이오로서는 대규모 기술수출의 성과를 이뤘음에도 지속적인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자할 비용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그간 유망 후보물질 도입에 공들이던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통해 안정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