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명품 가격인상 이어지며 오픈런 행렬까지에르메스 가격 인상 시작으로 명품 연이은 가격인상 중백화점의 ‘명품 불패’… 소비침체에도 여전히 견고
  • ▲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뉴데일리DB
    ▲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뉴데일리DB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올해 최대 한파가 몰아친 지난 23일 아침 8시, 롯데백화점 본점의 명품관 에비뉴엘 앞에는 4~5명의 사람들이 샤넬 매장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업 시작과 함께 매장에 들어가기 위한 이른바 ‘오픈런’을 위한 대기 줄이다. 

    평소에는 앉아 기다리는 이 ‘오픈런’ 대기자들은 이날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수시간 남은 영업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이 ‘오픈런’은 올해 들어 다시 등장하는 중이다. 여기에는 명품 브랜드의 가격인상이 자리하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주요 명품 매장에는 최근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이 등장하고 있다. 살을 에는 한파도 이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지난해 일부 명품 브랜드가 온라인 입장 접수를 시작하고 백화점에서도 영업시간 전 번호표를 배포하는 사전접수를 중단하면서 ‘오픈런’이 사라지는 듯 했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변했다. 명품 브랜드가 새해를 맞아 가격인상 조짐을 보이면서 구매를 계획했던 소비자들이 한파에도 불구하고 ‘오픈런’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품귀를 겪는 인기 제품이 입고된다는 소문만 나도 오픈런이 다시 생기곤 한다”며 “가격 인상 이전에 구매를 서두르겠다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로 설명되곤 한다.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과시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요가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반비례 관계에 있는 수요와 가격이 명품에 한해서는 오히려 역전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히 가격인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오픈런’의 배경이 됐다. ‘오늘이 가장 싸다’는 수식어가 고스란히 적용되는 명품 브랜드의 특성이 오히려 구매를 부채질하게 된 셈이다. 에르메스는 지난 1일부로 신발 제품 가격을 올렸고 고야드는 생루이 등 일부 제품 가격을 5%가량 올렸다. 명품 시계로 유명한 롤렉스도 일부 제품 가격을 8% 안팎으로 인상했다.

    추가 가격인상도 연이어 예고되는 중이다. 부쉐론은 다음달 주얼리 등 전 제품에 대한 가격을 5~6%로 인상할 예정이고 샤넬은 지난 9일 주얼리와 시계 가격을 4~5% 인상한 이후 내달 1일 향수와 화장품 가격 인상을 계획 중이다. 샤넬은 가방과 의류 등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격 인하가 없는 명품 특성이 역설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장 저렴하게 명품을 장만할 기회가 된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소비침체에 따른 유통업계의 위기 속에서도 백화점을 지탱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명품을 필두로 한 백화점의 매출은 비교적 버텨주고 있다. 백화점 업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앞선 3분기보다 선방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계 구매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VIP를 중심으로 한 백화점 업계의 명품 소비는 경기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며 “백화점이 명품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 ⓒ강필성 기자
    ▲ ⓒ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