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승인 이어 EU도 조건부 승인 확실시사실상 美 경쟁당국 판단이 합병 여부 가를 듯합병 시 연 매출 20조·자산 40조 초대형 항공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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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을 이어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달 중순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유럽연합(EU)에서 조건부 승인 결정이 확실시 되면서 사실상 미국 경쟁당국 한 곳의 승인만을 남겨둔 셈이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한항공은 일본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얻었다. 

    업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당초 일본은 EU나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 

    EU와 미국의 심사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일본 경쟁당국과 접촉을 늘리며 합병 설득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일 양국이 맺은 항공 자유화 협정으로 경쟁 항공사의 진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점이 수월한 승인을 이끌어낸 요인으로 풀이된다. 또 민항 확대에 대한 양국의 정책 합의와 한일 노선이 다수 항공사가 경쟁하는 공급 과잉 상황 등에 놓여있어 경쟁 제한성이 없는 점 등도 이번 승인의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전체 14개국 가운데 EU와 미국 두 군데의 승인만을 남겨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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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조건부 승인’ 가닥… 美 결정 관건

    EU 집행위원회(EC)는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심사를 끝낼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CNBC 등 복수의 외신은 최근 EU 집행위가 오는 14일 이전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까다로운 EU의 요구에 맞춰 시정 조치안을 제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EU 집행위는 양사가 취항 중인 유럽 일부 노선에서 경쟁 제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며 압박에 나선 것. 지난해 집행위는 “양사가 합병하면 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 4개 노선과 화물 운송 시장에서 가격 상승과 서비스 질 하락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매각과 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등 유럽 4개 도시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 일부를 이전하겠다는 시정조치안을 제출한 만큼 EU는 해당 조건을 전제로 양사 합병을 승인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미국의 승인 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울지에 대한 예측은 분분하다.

    그동안 미국은 상대적으로 심사가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과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고 있어 운수권 없이 취항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 제한 우려가 적을 것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외 에어프레미아가 미주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점도 경쟁 제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요인이다. 미주 노선이 이미 경쟁 환경에 놓인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EU만큼이나 합병에 까다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법무부가 경쟁 제한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과 경쟁제한성 완화 방안에 대해 지속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항공산업 구조조정·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에 대한항공이 동참해 진행했다는 점 ▲한미 노선의 승객이 대다수 한국인이라는 점 ▲한국 공정위에서 이미 강력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다는 점 ▲경쟁제한이 우려되는 노선이 신규 항공사의 진입과 증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다.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상윤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상윤 기자
    ◇ 글로벌 10위권 메가 항공사로 탈바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남은 경쟁당국의 승인을 이끌어내 기업결합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2020년 11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발표한 이후 약 4년 만이다. 

    남은 EU와 미국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모두 얻어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진행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 60% 이상을 획득하고 대주주가 된다.

    양대 항공사의 합병으로 세계 7위 수준의 ‘메가 캐리어(초대형항공사)’가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연 매출 20조원, 자산 40조원이 넘는 규모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물리적 통합을 단행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2년여간은 각자 브랜드로 운영하다가 단일 브랜드 작업을 한다. 이어 다시 2년 뒤 대한항공 단일 브랜드로 운영하게 된다.

    무엇보다 통합 항공사의 탄생은 국내 항공산업 전반의 재편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의 통합도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통합 LCC의 경우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를 중심으로 3사가 합쳐지는 방안이 유력하다. 3사 통합 시 단순 합산으로는 현재 LCC 1위인 제주항공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보유 항공기 수는 진에어 27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 등 총 54대 규모에 총 직원 수는 3600명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