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목적 이재용 경영권 강화 단정 어려워""프로젝트G, 대주주 위한 문건 판단 안돼" "검찰 공소사실 범죄혐의 입증 안돼"최지성·장충기 등도 모두 무죄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소송에서 제기한 검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이와 함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1팀장(사장) 등 13명에게도 무죄를 판결했다.이 회장은 이날 검은색 정장을 입고 오후 1시 40분께 법원에 들어섰다. 3년 5개월 만에 1심 선고에 임하는 심정 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은채 법정으로 향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1심 선고공판은 재판부의 피의자들의 판결 요지 등의 절차를 거치며 1시간 동안 진행됐다.이번 판결은 지난 2020년 9월 기소된 이래 3년 5개월 만이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달 26일 최종 판결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연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이번 사건은 검찰이 지난 2015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불법적으로 추진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검찰은 삼성전자 주식 4.06%를 보유한 2대 주주이던 삼성물산을 에버랜드에 합병시킴으로써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지배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승계 계획안 ‘프로젝트G(거버넌스)’가 지난 2012년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이 회장이 삼성전자의 사실상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이 없었는데 최대 주주로 있던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여 합병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기준을 불법적으로 바꾼 혐의도 받는다.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대부분의 증거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삼성이 미리 합병을 사전에 결정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봤다.재판부는 "프로젝트G 문건의 경우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내용을 담고있는 문건이라고 보기 어렵고 관련 증거가 없다"며 "안진 합병비율검토보고서도 삼성 측의 요청으로 조작된 증거라고 주장하는데 일부 회계법인 담당자들은 검찰 주장과 달리 보고서가 평가원칙의 반해 작성된 게 아니고 삼성 요청도 없었다고 진술하는 등 안진이 평가과정 전반에 걸쳐 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이어 "합병이 합리적인 사업적 목적이 있었고 삼성물산 주주 이익되는 측면 있어서 검사측에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병 기대 목적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 및 승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재용 회장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에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 시점 선택하고 합병 비율도 불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인정할 증거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