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DB證 당기순익 전년比 급증…채권 금리 안정화 영향다올‧하이‧현대차‧SK 등 실적 대폭 감소…적자 기록한 곳도부동산 PF 관련 선제적 충당금 적립 여파…업황 회복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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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증시 거래대금 증가, 시장 금리 하락 등 우호적인 영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은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금리 안정화에 따른 운용 실적이 양호한 일부 증권사들은 실적 개선세를 보였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관련 충당금을 적립한 대다수 증권사는 여전히 실적이 부진했다.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 DB금융투자 등은 지난해 전년 대비 대폭 증가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 IBK투자증권 등은 일제히 실적이 급감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보증권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675억 원으로 2022년 기록한 432억 원 대비 5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36% 늘었다.지난해 DB금융투자도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회사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3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85.53% 늘었다. 영업이익은 416억 원으로 전년보다 74.47% 급증했다.교보증권과 DB금융투자의 호실적 배경으로는 금리 안정화에 따른 트레이딩 부문 수익 증가가 꼽힌다.교보증권 관계자는 "가장 주요한 요인은 채권 금리가 안정화되면서 보유 채권에 대한 평가손익이 증가한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운용 수익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회복했다"라고 설명했다.반면 상대적으로 PF 비중이 높았던 중소형사들은 충당금 여파에 실적이 급락했다.실제 하이투자증권은 PF 리스크로 인한 수익성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회사는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85억 원과 당기순손실 31억 원을 기록해 실적이 적자 전환했다.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4분기에만 순손실이 329억 원에 달했다.하이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부동산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만 800억 원 넘는 돈을 충당금으로 쌓아 작년 총 1300억 원에 달하는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이는 시장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손실 흡수력 제고를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의 충당금 적립 규모를 대폭 확대한 영향이다.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영업수익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 PF 충당금으로 적립하면서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라며 "어려운 시장 속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리스크관리 강화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다올투자증권도 지난해 8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607억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이익 61억 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기준 4개 분기 연속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다올투자증권 또한 부동산 PF 익스포저에 대해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충당금 적립 기준을 더욱 강화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4분기에만 338억 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했다.회사 관계자는 "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실적은 다소 감소했지만, 부동산 PF 관련 예상 손실을 충실히 반영한 만큼 재무적 부담이 줄어 앞으로의 경영활동에 안정화를 기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이밖에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38.6% 감소한 535억 원을 기록했다. IBK투자증권도 작년 4분기 당기순손실 289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3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5% 감소했다. SK증권도 당기순이익이 82.9% 줄어든 15억 원을 기록했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PF 비중이 높았던 중소형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딜이 축소했고, 선제적 충당금 적립 기조를 이어가면서 실적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줄어든 PF 수익을 방어할 수 있는 수익원이 대형사와 비교했을 때 많지 않다"라며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부동산 PF 리스크 완화 등을 통해 올해는 전년 대비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