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된 금액만 700억$… 예산의 2.5배인텔·글로벌파운드리·마이크론 먼저320억$ 투자하는 삼성·SK 후순위 가능성'3월-3조 수혜' 기대 멀어져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공사 전경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공사 전경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미국 정부가 자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는 기업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약속했지만 정작 지급될 금액은 당초 예상 보다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 마이크론 등 미국기업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외국 투자기업들은 후순위로 밀리거나 그나마도 지급 금액이 절반으로 깎이거나 아예 받지도 못할 것이란 우려다.

    27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대담에서 "기업들이 요청한 첨단 반도체 생산 보조금이 700억 달러(약 93조 원) 이상이며 이는 배정된 예산의 약 2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600건이 넘는 투자의향서가 상무부에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 2022년 8월 발표한 '반도체과학법(CHIPS ACT)'에 따르면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게 39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132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지원금 등 향후 5년 간 527억 달러를 제공한다. 

    이 중 280억 달러는 삼성전자와 같이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지원한다. 이미 첨단 반도체 기업들이 요청한 자금만 예산 범위의 2.5배를 넘는 셈이다.

    러몬도 장관은 신청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그는 "반도체 보조금에 관심을 표한 기업들 상당수 중 다수가 자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게 잔혹한 현실"이라며 "요청 금액의 절반만 받아도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750억 달러 규모의 대출과 대출 보증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공장 신설에 대해 25%에 달하는 세액 공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2의 반도체과학법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현재 지원하는 예산이 미국의 반도체 생산 목표를 달성하는데는 충분하지만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 보조금이 이처럼 반토막 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정치권과 기업들이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우선 집행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고,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눈 앞에 닥친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이를 받아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인텔이 미국 정부에 100억 달러라는 큰 규모의 지원금을 우선 요청하고 나서면서 이번 보조금 지급이 사실상 미국기업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외국기업들이 거의 받지 못하고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현지 분위기 탓에 삼성전자가 한참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던 텍사스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을 늦춘 것이라는 해석도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최첨단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여기에 투입되는 규모만 170억 달러(약 23조 원)이다. SK하이닉스도 최근 미국 인디애나 주 등에 패키징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부지 검토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신설하는 공장에 15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러몬도 장과과 유선 상으로 반도체 보조금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외국기업이지만 반도체 산업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미국 정부가 보조금 우선 지급 명단에 포함할 수도 있다. 이르면 3월 중에 투자금액의 5~15% 수준에서 실제 보조금 지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