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엔비디아행 카운트다운유의미한 진전 → 마지막 단계 → 최대한 빨리발목 잡았던 HBM3E 8단·12단 동시 입성 기대선점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계속 될 듯블랙웰 언급없어 한계 지적도시간과 시장의 우려 벗은 만큼 'HBM4'에 집중할 기회 얻어
  • ▲ 삼성 HBM3E 12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 HBM3E 12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5세대 HBM을 공급받기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히면서 삼성이 내년 HBM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발 중인 6세대 HBM인 'HBM4'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HBM3E 퀄테스트(품질 검증)에서 중요 관문을 넘고 막바지 단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의 HBM에 대해 말을 아끼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이 같은 진행 과정에 대해 확답하면서 삼성의 엔비디아 입성이 임박했다는 사실에 힘이 실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이후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AI(인공지능) 메모리칩 납품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황 CEO는 지난 3분기 엔비디아의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선 메모리 공급 파트너사로 삼성전자를 거론하지 않아 주목받았다. 엔비디아에 이미 HBM을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언급되면서 더 대조가 됐다. 이 사건으로 일각에선 삼성이 결국은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추측은 황 CEO의 이번 발언으로 완전히 잠재워진 분위기다. 삼성이 지난달 진행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엔비디아 퀄테스트 관련해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고 밝혔던 사실을 황 CEO가 확인해준 동시에 나머지 퀄테스트 과정을 빠르게 마무리할 것이라는 언급까지 더해져 삼성 HBM의 엔비디아 입성이 기정 사실화됐다.

    게다가 현재 SK하이닉스만 공급을 확정지은 HBM3E 12단 제품도 동시에 납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삼성의 HBM 사업이 본격화될 기대감도 크다. 황 CEO는 홍콩에서의 해당 인터뷰에서 삼성으 HBM3E 8단 제품에 더불어 12단 제품을 모두 납품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HBM3E 12단 제품은 삼성에 앞서 공급을 확정지은 마이크론도 아직 넘지 못한 산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12단 제품 퀄테스트를 진행해온지 오래인 마이크론보다 삼성이 먼저 공급을 확정짓는다면 내년 이후 HBM 시장 구도에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삼성의 HBM이 엔비디아의 '블랙웰'과 같은 차세대 플래그십 AI 가속기에 탑재될지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블랙웰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3E 8단 제품이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삼성도 여기에 추가되는 공급망인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삼성 HBM은 주로 중국향 칩인 'B20'이나 'H20' 등의 모델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이 뒷심을 발휘하고 있지만 당분간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줄이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점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 마이크론이 5.1%로 지난해보단 삼성이 점유율을 꽤나 늘릴 것으로 기대되지만 기술력이나 점유율 모두 앞서는 SK하이닉스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엔비디아 공급망에 입성해도 마이크론 점유율을 소폭 가져오는데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삼성이 빠른 시일 내에 엔비디아 입성을 확정지으면 차세대 HBM인 'HBM4' 이후 선행 기술 개발에는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은 HBM4에서 시장 판도를 뒤집겠다는 목표로 반도체(DS)사업부장인 전영현 부회장 직속 HBM 조직인 'HBM랩스(가칭)'를 계획하고 대대적인 사업부 쇄신과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