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점유' 엔비디아 경계론빅테크, CSP 등 脫엔비디아 속도맞춤형 앞세운 브로드컴 급부상HBM CAPA 한계 … 삼성 돌파구 기대
  • ▲ 삼성 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 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면서 AI 칩 필수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처도 다양해지고 있다. HBM 시장 1위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엔비디아에 아직 입성하지 못한 삼성전자가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는 평이 나온다.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AI반도체 시장에서 탈(脫)엔비디아 분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엔비디아에 목을 맬 수 밖에 없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HBM 3사도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탈엔비디아 기조는 이미 시작된지 오래다. 엔비디아가 AI칩 시장 90%를 점할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과 제품으로 장악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고객사들이 엔비디아에만 의존하는 상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고객사 상당수는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자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들이다.

    이들은 엔비디아 AI 가속기가 최선의 선택지라는데는 공감하지만 높은 가격과 수요 폭발로 제품을 받아보기까지 시간이 지연된다는 점 등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AMD가 엔비디아에 이은 후발업체지만 엔비디아만큼의 성능을 보유하지 못했고 여기 마저도 수요가 넘치는 상황인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팹리스 업체들과 손을 잡고 자체 칩 개발에 돌입했다. 메타는 지난해 5월 첫 선을 보인 '메타 훈련 및 추론 가속기(MTIA)'에 이어 2세대 버전까지 개발을 완료했고 구글도 지난 4월 데이터센터용 AI칩인 'TPU v5p'를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첫 AI칩 '마이아 100'을 선보이면서 이 대열에 합류했다. 아마존도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AI 챗봇을 공개하면서 자체 개발한 AI칩 기술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최근 통신칩 설계 강자인 브로드컴이 맞춤형 반도체(ASIC)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고객사들을 확보하면서 엔비디아에 대적할 수 있는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구글의 TPU와 메타의 MTIA를 브로드컴이 설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빅테크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최근 실적발표에선 추가적인 대형 클라우드 기업 3곳을 추가적으로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중국의 바이트댄스, 애플, 오픈AI 등이 그 대상인 것으로 거론된다.

    브로드컴이 엔비디아 대항마로 꼽히면서 HBM 시장에서도 브로드컴이 또 하나의 큰 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HBM 시장도 엔비디아라는 절대자의 신제품 출시 계획에 따라 좌지우지됐고 엔비디아 공급망에 입성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는 과정이 반복됐다.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엔비디아 관문을 뚫고 HBM 최강자로 입지를 굳혔지만 삼성전자는 현재까지도 최신 HBM인 'HBM3E' 퀄테스트(품질 인증)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연내 삼성의 엔비디아 입성이 힘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까다로운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AMD를 HBM 고객사로 두고 있지만 사실상 엔비디아 입성에 반도체 사업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 빅테크 고객을 확보한 브로드컴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뜩이나 빠듯한 HBM 생산능력(CAPA)을 감안할 때 엔비디아에 집중하고 있는 SK하이닉스 보다는 삼성과 마이크론이 브로드컴 HBM 수요를 충족할 여건이 더 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브로드컴 외에도 ASIC시장에서 경쟁구도에 있는 마벨테크놀로지도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맞춤형 HBM 솔루션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당분간은 HBM의 성능을 대체할 수 있는 메모리가 없는 상황 속에 HBM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가 더 다양해지면서 HBM 몸값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