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 합작애플도 고객사로 확보엔비디아 대항마 급부상 … 11% 급등AI 반도체 주도주 교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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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로드컴
    새로운 AI 가속기 강자로 브로드컴이 주목받으면서 엔비디아 천하였던 AI 시장이 재편될지 관심이 쏠린다. 뉴욕증시에선 브로드컴 주가가 폭등하면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을 정도로 브로드컴의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대형 클라우드 고객사 3곳과 함께 AI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매체들은 이 고객사들이 '구글', '메타', '바이트댄스'라고 전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애플 등 신규 고객사도 2곳 더 있다고도 언급했다.

    브로드컴은 과거 통신칩으로 반도체업계 5위에 항상 이름을 올려왔던 기업이다.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중에서는 엔비디아와 퀄컴에 이은 3위 기업이기도 하다. 2010년대부터 다양한 인수·합병(M&A)을 거쳐 몸집을 키워왔고 결정적으로 지난 2023년 말 클라우드 컴퓨팅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회사인 VM웨어를 인수하면서 AI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이름값을 키웠다.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XPU'라는 맞춤형 AI 가속기를 클라우드 기업들에 공급하는 사업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핵심 제품인 '제리코3-AI 패브릭 칩'과 '토마호크5 이더넷 스위치칩' 등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서버에 전력을 공급한다.

    VM웨어를 인수하면서는 고객사 맞춤형 AI 파운데이션을 공급할 수 있는 차별성까지 갖췄다. 이 파운데이션을 통해 고객사에게 필요한 AI 기능을 운영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까지 제공이 가능하다.

    이처럼 브로드컴이 엔비디아와는 차별화된 AI 가속기를 선보이면서 엔비디아 천하였던 AI 가속기 시장에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엔비디아만 바라봤던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도 이제는 브로드컴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게 이번 브로드컴의 신규 고객사 명단이 알려지면서 드러났다.

    대표적인 곳이 구글 같은 곳이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함께 엔비디아의 주요 매출처 중 한 곳이었지만 이번에 브로드컴과도 손을 잡으면서 '탈(脫)엔비디아'의 첫번째 주자가 됐다.

    이번에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애플도 탈엔비디아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최근 애플이 브로드컴과 '발트라'라는 코드명으로 AI서버전용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발된 칩은 TSMC 3나노 공정(N3P)으로 양산될 계획이다.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은 엔비디아에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를 이미 경계하고 나선지 오래다. AI 가속기 시장 9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고 있지만 비싼 가격과 공급량 부족으로 인한 대기, 에너지 효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많은 고객사들이 엔비디아로 몰리면서 데이터 보안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 ▲ 브로드컴이 제공하는 데이터센터 솔루션 구조도 ⓒ브로드컴
    ▲ 브로드컴이 제공하는 데이터센터 솔루션 구조도 ⓒ브로드컴
    뉴욕 증시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브로드컴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기준 브로드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 급등한 250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13일에는 주가가 24.4% 폭등하며 사상 처음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브로드컴 주가 전망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브로드컴 12개월 목표가를 190달러에서 240달러로 상향했고 바클레이즈도 200달러에서 205달러로 높였다. 번스타인은 반도체 종목 중 최선호주로 브로드컴을 꼽기도 했다.

    반대로 엔비디아 주가는 조정 국면을 맞았다. 16일 엔비디아 주가는 1.68% 하락한 132달러에 마감됐는데, 이는 알파벳, 테슬라 등 나스닥 7대 빅테크로 불리는 '매그니피센트7' 중에서 유일한 하락세였다.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였던 지난달 12일 148.28달러에 비하면 10% 넘게 하락한 셈이다. 시총도 3조 2320억 달러로 줄어 마이크로소프트에 시총 2위 자리를 내줬다.

    브로드컴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AI 가속기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엔비디아를 위협할 수 있는 곳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사용했던 기업들이 이미 자체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 생태계를 구축해 여기에 익숙해진 '록인 효과'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AI 가속기 후발주자인 AMD가 엔비디아의 아성을 깨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