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수주전 확전… 자체 증거 공개"HD현대 직원 기밀 열람 때 상급자 결재"공정성 문제로 커지나… K방산 타격
  • ▲ 한화오션 설명회에서 발표하는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 ⓒ서성진 기자
    ▲ 한화오션 설명회에서 발표하는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 ⓒ서성진 기자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 직원이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초강경 태세를 취했다. 

    한화오션은 5일 오전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HD현대중공업 군사기밀 유출 혐의와 관련해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발표를 맡았고, 정원 율촌 변호사와 배선태 한화오션 특수선영업담당 수석이 배석했다.

    한화오션은 전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HD현대중공업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한 이유로 ▲중대한 법 위반 행위 ▲국방사업의 신뢰성 타격 ▲재발 방지 필요 등 3가지를 꼽았다.

    한화오션 측은 중대한 법 위반행위를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회사 차원의 조직적·계획적 범죄행위를 직원 9인에 대한 처벌로 종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유죄를 받았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보고서 유출 사건에 임원진의 개입이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이날 회사 자체적으로 확보한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증거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2018년~2020년 사이 이뤄진 피의자신문조서 등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군사 비밀 문서를 열람하고 촬영했을 당시 상급자들의 결재가 이뤄졌다고 인정했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2019년에 진행된 조사에서도 HD현대중공업 직원은 장보고-Ⅲ 배치Ⅱ 선행연구에 참고하기 위해 군사 비밀 자료를 열람하고 동영상을 촬영한 것을 상급자들이 알고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맞다'라고 대답했다. 다만 이 직원은 조사 당시 조직적으로 이뤄진 행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고위 임원의 명시적·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는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군사기밀을 탈취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내부 비밀 서버를 구축해 운영 및 관리하고,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대응 매뉴얼까지 작성한 조직적인 범죄였다고 설명했다.
  • ▲ 한화오션 설명회 ⓒ박소정 기자
    ▲ 한화오션 설명회 ⓒ박소정 기자
    앞서 지난 2012년~2015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수차례 방위사업청, 해군본부 등을 방문해 차기 한국형 구축함인 'KDDX' 개념설계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불법 탈취했다. 또 이를 비밀 서버에 업로드해 광범위하게 공유하면서 입찰 참가를 위한 사업제안서 작성 등에 활용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방사청은 지난주 심의위원회에서 관련된 내용에 대해 대표나 임원에 대한 행위나 지시가 객관적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부정당업체 심의를 '행정지도' 처분으로 의결했다.

    다만 방사청은 이 부분에 대해 임원이나 대표 확인 등 명백한 수사의 증거나 개입의 증거가 확인이 될 경우 추가적으로 재심의를 해서 제재를 할 수 있다라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정원 율촌 변호사는 "현재 방위사업청 계약 심의회는 국가계약법에 따르는 계약심의로, 이 계약 심의회는 심의 기구이지 의결 기구가 아니다. 이에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일사부재리', '일사부재의' 이런 부분이 적용되는 영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원이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이 추가로 확인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관계에 기반한 새로운 심의가 이루어진다고 봐야한다"며 "법적으로는 임원의 개입 부분이 추가적으로 확인된 상황에서의 방사청 계약 심의를 통한 제재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 ▲ 한화오션 설명회 ⓒ서성진 기자
    ▲ 한화오션 설명회 ⓒ서성진 기자
    한화오션은 이번 고발에 대해 "경쟁업체 간 이해관계 문제가 아닌 함정 관련 국방사업의 신뢰가 걸린 중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성 확보를 통해 도약하는 K방산의 신뢰에 금이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꼬리 자르기' 식 은폐 시도에 정부가 면죄부를 제공하면 불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는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후속조치로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철저하고 면밀한 수사를 토대로 이에 상응하는 후속조치가 있어야 유사한 불법행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DSME(한화오션)는 KDDX 개념설계 사업의 성공적 수행에도 불구하고, HD현대중공업의 불법행위로 인해 현재까지도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입찰참가를 제한받을 경우 정부의 함정 건조 사업에서 한화오션의 독점 체제가 형성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부당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배선태 한화오션 특수선영업담당 수석부장은 "지금 상황은 오히려 HD현대중공업의 독점체제"라면서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수주잔량이 13척으로 2028년까지 건조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지난해 11월 계약한 '울산급 배치3' 5‧6번함을 포함해서 수주잔고가 3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