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수요예측서 공모가 2만원 확정14~15일 일반청약 흥행 기대감 커져몸값 고평가 지적에도 로봇 섹터 온기 확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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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엔젤로보틱스의 기업공개(IPO)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2대주주가 LG전자라는 점과 지난해 하반기 증시 상승의 한 축이던 로봇테마 자체에 대한 매력이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와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수급이 쏠리는 사이 움츠러들었던 로봇주 섹터 전반에 온기를 가져다줄지 주목된다.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젤로보틱스는 지난 6~12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1000원~1만5000원) 상단을 33% 초과한 2만 원으로 확정했다. 공모 규모는 320억 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2803억 원이다.약 2067개 기관이 참여해 11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전 기관이 공모가 밴드 상단(1만5000원) 이상을 제시했다. 확정 공모가 이상으로 참여한 주식 비중도 97.7%에 달한다.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함에 따라 오는 14~15일 예정인 일반 청약에서도 이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엔젤로보틱스는 로봇공학 권위자인 공경철 대표와 재활의학 전문가인 나동욱 부사장 등이 2017년 설립했다. 재활 의료와 산업안전, 일상생활 보조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술 장벽이 가장 높은 의료시장 선진입에 성공해 전국 50여개 병원을 고객사로 확보했다.특히 시장은 LG전자가 엔젤로보틱스에 대한 초기 투자를 진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엔젤로보틱스는 창업 과정에서 LG전자로부터 3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엔젤로보틱스 지분 7.22%(96만주)를 보유 중인 2대 주주다.오는 26일 코스닥 상장 예정인 엔젤로보틱스의 주가가 지난해 IPO 대어였던 두산로보틱스처럼 급등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5일 상장일 공모가(2만6000원) 대비 98% 치솟았다. 따따블(공모가 4배 상승)을 기대했던 시장의 기대엔 다소 못 미친 성적이었다. 이후 잠시 주춤했던 주가는 상장 두 달여 만에 11만원까지 4배 넘게 치솟았다.다만 일각에선 엔젤로보틱스의 몸값이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현재 적자 구조인 엔젤로보틱스는 내년 당기순이익 24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뒤 2026년 115억원을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내년 18억원, 2026년 10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사업 성과와 비교해 미래 실적을 지나치게 낙관했다는 지적이다.엔젤로보틱스는 두산로보틱스와 같은 피어그룹(라온테크·삼익THK)을 선정, PER 37배를 적용해 공모가 밴드를 산정했다. 지난해 두산로보틱스 역시 PER 38배를 적용해 공모가를 산출할 당시에도 고평가 논란이 일었지만 유사 시 모회사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 계열사라는 차이가 있다.매출 규모 면에서도 녹록치가 않다. 엔젤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은 51억원,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530억원 규모다.김지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엔젤로보틱스와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코스모로보틱스, 헥사휴먼케아, FRT로보틱스 모두 현재 영업이익 적자 상태인 점, 경기 둔화와 로봇 시장 침투율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성장 속도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회사가 제시한 실적 전망치 달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박제민 SK증권 연구원은 "겨냥하는 시장의 성장성이 폭발적이나 매출 실현 기간의 가시성이 떨어지는만큼 단기 주가는 수급적 요소에 의한 변동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그럼에도 새내기 로봇주의 등판을 시작으로 로봇 섹터 전반에 온기가 퍼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지난 7일 상장한 유압로봇 시스템 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과 엔젤로보틱스를 선두로 로봇 기업 6곳이 연내 IPO에 줄줄이 도전할 예정이다.올 들어 저PBR주와 AI 반도체 섹터로 수급이 쏠리며 로봇주 움직임이 주춤한 상황에서 유압로봇과 웨어러블 등 섹터 내 스펙트럼이 다양해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봇 기업 상장이 지속되면서 로봇 업종 내 투자 선택지는 계속해서 넓어져갈 것"이라며 "다만 아직 로봇 기업들의 실적 레벨과 밸류에이션 사이의 괴리가 큰 만큼 미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대표 기업 중심의 접근법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