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관세 협의서 예정 없던 트럼프 '깜짝 등장''트럼프 변수' 미일 협상, 한미 협상에 '참고자료'美, 안보·통화정책·환율 일괄적으로 협상할 가능성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미일 간 첫 관세 협의에서 예정에 없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등장'이 일본 협상팀을 흔들었다. 이번 미일 만남이 다음 주로 예정된 한미 관세 협상의 가늠자가 된 만큼,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트럼프식 협상 스타일을 두고 우리나라도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일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나 미일 관세 협상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경제 관료들이 만나기로 예정된 날 오전 자신의 SNS에서 "이번 협상에 직접 참석하고 방위비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게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참석하지 않고 일본 협상팀을 사전 면담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언급하면서, 일본 협상단은 한밤중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한바탕 소동을 치러야 했다. 일본 외무성과 관세 관련 실무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 문제까지 꺼내들 줄 예상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개입은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한미 간 관세 문제를 협의할 예정인 한국 협상단 역시 이같은 '트럼프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하는 분위기다. 한일 양국 모두가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수출품에 부과된 미국발 고율 관세에 대응하고 있는 만큼, 일본이 겪은 협상 사례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이슈를 넘어 안보·통화정책·환율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을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상대국을 압박해 온 전력이 있다. 이번 미일 협상에서도 일본의 통화정책과 안보조약, 엔화 약세에 대한 불만이 간접적으로 언급된 만큼, 비슷한 구조를 가진 한미 협상에서도 방위비 문제가 다시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일정한 입장을 정리해놓은 상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방위비 문제가 협상 의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상팀을 이끌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과도기 정부 특성상 방위비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관세 협상 시한인 90일 이내에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을 적극 알려 안보 문제를 미루도록 설득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GDP 대비 방위비 지출 비율이 2.6%에 이른다는 점을 부각하며 일본(1.8%), 유럽(1.99%)보다 높은 국방 기여도를 보인다는 점도 내세워야 한다.

    이번 미일 협상은 단순한 양자 간 관세 조정 협의를 넘어 트럼프식 협상 스타일이 다시 한 번 실전에서 확인된 사례다. 예측할 수 없는 메시지, 비정형적 개입, 공세적 압박 방식이 총동원돼 상대국의 대응능력을 시험하는 성격이 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일본 협상팀을 면담하고 "큰 진전"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만큼, 이번 미일 협상을 통해 미국이 한국에 제시할 방위비·자동차 등과 관련한 요구사항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가 관세 협상에 안보 이슈를 묶어 '원스톱 쇼핑' 방식으로 협상국을 압박한다는 전략이 일본 협상에서 드러냈다"며 "우리나라 역시 이를 염두에 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다음 주 잇달아 미국을 찾는다. 최 부총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안 장관은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데 한미 경제사령탑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른바 2+2 회동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