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홀딩스, 교보생명 지분 11% 추가 매입… 20% 이상 확보 예고전략적 투자자로 격상 … 금융위 사전 승인 절차 남아'오너체제' 교보생명, 지배구조 리스크 우려 나와
  •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교보생명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교보생명
    일본 SBI그룹이 교보생명 지분을 20% 이상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오랜 우군으로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되지만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경계의 시선도 나온다.

    ◇SBI홀딩스, 신창재 회장 이어 2대 주주 오른다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SBI홀딩스는 현재 9.05% 교보생명 보유 지분을 20% 이상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른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약 11%가량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예정대로 성사되면 SBI홀딩스는 신창재 회장(36.37%·특수관계인 지분 포함)에 이어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1999년 설립된 SBI홀딩스는 온라인 증권을 기반으로 출발해 벤처캐피털, 생명·손해보험, 은행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국내에는 2013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하며 발을 들였고 이후 SBI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꿔 업계 1위로 자리잡았다. 다만 증권·은행 부문에 비해 보험 부문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SBI는 이번 투자를 통해 디지털 역량이 강한 한국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그룹 내 보험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도 일본 내에서 SBI생명을 운영 중이지만 보험 부문의 자산 규모는 다른 금융 계열사에 비해 작다. 

    지분 확대를 위해선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상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 이상을 취득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이 완료되면 SBI홀딩스는 교보생명에 대해 지분법 회계처리가 적용되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전환된다.

    교보생명은 최근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풋옵션 분쟁이 일단락된 만큼 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내년 말까지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 이후 투자제한 완화와 함께 SBI가 경영 전반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SBI, 백기사냐 흑기사냐 … 지켜보는 교보생명

    SBI홀딩스는 지난달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9.05%를 주당 23만4000원(액면분할 전 기준)에 매입했다. 투자 규모는 약 434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이 거래를 두고 신창재 회장과 FI 간의 오랜 분쟁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해석했다. 특히 SBI홀딩스의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과 신 회장이 수년간 우호적 관계를 이어온 점에 주목해 '백기사'로 등판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실제 양측은 과거 여러 차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2015년과 2019년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함께 추진했고 2022년에는 동남아 벤처투자 펀드를 공동 조성했다. 지난해에도 디지털금융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심지어 신 회장의 차남인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실장은 과거 일본 SBI그룹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기도 했다.

    시장에선 SBI그룹을 신 회장의 '동반자'로 평가하는 해석이 주를 이루지만 일각에선 20% 이상 지분이 향후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단순한 협력 관계를 넘어선 전략적 투자자로 격상되는 만큼 오너 중심 체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BI홀딩스가 교보생명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게 되면 회계상 피투자회사로 분류돼 지분법 회계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의 순이익 중 SBI홀딩스 지분율에 해당하는 금액이 SBI홀딩스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연결을 넘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향후 경영권 싸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BI홀딩스의 지분율 자체가 높기 때문에 향후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며 "시장에서 우호 지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지만 20% 이상이라는 수치는 오너 중심 체제에선 충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