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분기 순익 전망 전년동기 대비 6.8% 감소ELS 손실 사태로 수수료수익 등 비이자익 하락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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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의 여파가 현실화하고 있다. 은행권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고 자산관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영업 현장의 은행원들은 “목돈투자한다는 고객에게 마땅히 권유할 상품이 없다” “원금보장 위주로 권유한다” 등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의 올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총 4조6333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9696억원) 대비 6.8% 감소했다. 

    지주사별로 보면 은행 의존도가 높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실적하락이 두드러진다. 하나금융의 올 1분기 순익 전망은 9673억원으로 전년동기(1조1095억원) 대비 12.8% 급감이 예상된다. 

    우리금융도 같은 기간 7.9% 감소한 8720억원으로 전망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각각 4.1%씩 감소가 예상된다. 

    금융지주들의 저조한 실적은 핵심 자회사인 은행들의 수수료 이익 등 비이자수익 하락 영향이 크다. 

    실제로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홍콩ELS 손실이 급격히 불어나자 올해 초 ELS 관련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여기에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ELS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1조원에 육박하는 배상액을 분담해야 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ELS 손실배상률은 34~37%로 예상된다”면서 “이 경우 배상금액은 국민은행 6760억원, 신한은행 2050억원, 하나은행 115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설용진 SK증권리서치센터 연구원은 “ELS 배상으로 은행의 전반적인 투자상품 판매 위축과 자산관리 관련 손익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점 창구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어떤 상품을 권유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목돈을 투자하겠다고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에게 권유할 만한 상품이 사실상 없다”면서 “하는 수 없이 원금보장 상품 위주로 권유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원은 “고객들에게 일단 단기 예‧적금에 가입한 이후 투자상품 판매가 재개되면 다시 가입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은행 창구에서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이 최근 들어 위축돼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이날 “요즘 은행장들 만나면서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은행들이 상당히 위축됐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은행 역할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지만 은행의 건전성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 노력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적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은행의 미래는 자산관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앞으로 은행산업을 포함해 금융이 가야 할 부분은 자산관리"라며 "자산관리로 가지 않으면 은행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에서 고위험상품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는 소비자 선택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판매 제한에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