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당국 조정안 수용…내주부터 투자자 접촉”하나‧농협은행, 다음주 자율배상 논의 이사회 개최이복현 “제재, 신속히 진행…배상안 안보고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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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이 금융감독원의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과 관련한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다음 주부터 투자자 접촉에 돌입한다.

    시중은행 중 홍콩ELS 판매규모가 가장 적은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자율배상에 나서면서, 비교될 수밖에 없는 다른 은행들의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자율배상 마지노선을 사실상 이달로 제시하자 더 이상 배임 우려 등을 이유로 의사결정을 미루지 않는 분위기다.

    자율배상 시기나 내용에 따라 수 조원으로 예상되는 징벌적 과징금 적용을 달리할 것이란 금융당국의 압박이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 우리은행, 홍콩ELS 분쟁조정 수용…은행권 첫 사례

    우리은행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홍콩ELS 투자자에 대한 자율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자율조정 대상 ELS 금액은 415억원 수준이다.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된 고객부터 최대한 신속하게 조정비율 산정과 배상금 지급에 나설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ELS 만기 이전에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자 보호에 나서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율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정비율에 대해서는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되, 투자자별로 고려할 요소가 많고 개별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사항인 만큼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산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를 접촉해 배상절차 등 자율조정 내용 안내를 시작으로 본격 조정 절차에 돌입한다.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의 경우, 조정비율 협의와 동의를 마치고 나면 일주일 이내로 배상금 지급이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비예금상품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강화된 내부통제체계를 통해 상대적으로 현저히 적은 홍콩ELS 판매잔액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거래고객을 보호하고 분쟁을 방지하고자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숙고해 자율조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면서, “이번 자율조정을 통해 투자자 중심의 은행 자산관리서비스 수준을 한층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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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줄줄이 자율배상 논의 이사회 개최

    우리은행에 이어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이달 내 자율배상 결정을 위한 임시 이사회 개최를 예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일 정기 이사회를 마친 뒤 오는 27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자율배상 안건을 논의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농협은행도 오는 28일 이사회에서 ELS 배상에 대한 논의를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않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역시 임시 이사회를 열어 관련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지난 20일 “현재 판매된 ELS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보상 관련 절차를 조속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과징금 그림자에 자취 감춘 배임 우려

    은행들의 자율배상 결정을 어렵게 했던 배임 우려는 조 단위로 예상되는 과징금 압박에 밀리는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자율배상과 판매사 제재, 제도개선에 이르는 스케줄을 은행의 사정을 봐가면서 하지 않겠다는 점을 밝히며 이달 내 결론지을 것을 압박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은행권의 홍콩ELS 자율배상과 관련해 "굳이 은행권, 증권사의 배상안 관련 입장을 보지 않고 제재는 제재대로 원래 템포(속도)대로 진행하려고 하고, 실무팀에도 그렇게 요청했다"면서 “제재 절차와 제도 개선이 4∼5월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재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돼야 그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이 제도 개선에 반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앞서 지난 11일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한 뒤 “판매사의 위법부당행위를 엄중 조치하되, 사후 수습 노력을 참작하겠다”고 강조해 은행들이 사적화해(자율배상)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자율배상 움직임이 배임 우려 등을 이유로 더딘 모습을 보이자 기다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당국이 다음 제재 절차 돌입을 예고함에 따라 판매사들은 과징금 경감 등 제재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는 이달 내 자율배상 의사결정을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됐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등이 적발되면 수입(판매액)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15조원에 달하는 은행의 홍콩 ELS 판매액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론 과징금 규모가 7조5000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