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이자, 작년 말 4%대 → 현재 3% 중반5개월새 0.5%p↓… 기준금리보다 낮은 예금도 속출정기예금 한달새 12조 증발, 여윳돈 파킹통장으로예금금리 보다 대출금리 하락 더 가팔라…고객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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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예금금리의 하락세가 거침없다.

    이례적으로 은행권 1년 만기 주요 정기예금의 30%가 한국은행 기준금리(3.50%)를 밑돌면서 고객들 사이에선 “비정상적 금리”라며 은행권이 재차 예대금리차 따먹기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파킹통장으로의 쏠림 현상을 두고 주가 및 가상자산 값의 상승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예금금리 하락에 금융소비자들이 불만을 품고 이탈을 준비하는 과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의 1년 만기 주력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3.45~3.52%(우대 금리 포함) 수준이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4대 시중은행에서는 연 4%대 정기예금을 판매했지만 5개월여만에 0.5%포인트가량 금리가 떨어진 것이다.

    은행권 평균 1년 만기 수신 금리(신규)는 작년 11월 연 4.18%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 연 3%대 중반이 대세로 굳어진 분위기다.

    모든 우대 금리 조건을 충족해도 최고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5%)보다 낮은 정기예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 37개 중 11개(30%)의 신규 가입 때 최고 금리는 연 2.7~3.45%로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통상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더 높기 마련인데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진 건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다. 

    ◇ 하반기 美 금리인하 기대… 은행채 하락

    지난해 말 4% 초반이었던 정기예금 금리가 3% 중반으로 하락한 데는 시중은행의 또 다른 조달창구인 은행채의 금리가 내린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은행채(5년물, AAA) 금리는 3.914%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26일(4.810%) 대비 0.896%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미리 반영됐다. 은행입장에서는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면 자금조달 부담이 완화하기 때문에 은행채보다 비싼 이자를 주면서 예금 유치에 나설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지난 연말에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고금리 예·적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들이 연 4% 넘는 금리로 고객을 유인했다. 그러나 연말부터 분위기가 급격히 식었다.

    ◇금리인하, 예금은 '빠르게' 대출 '천천히'… 파킹통장으로 머니무브

    은행들은 예금금리 하락 폭에 비하면 대출금리 금리를 더디게 내리고 있다. 

    예대금리차(대출과 예금 금리의 차이)는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지만 최근에는 은행들이 그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지난 2월 케이뱅크와 국민은행의 가계 예대 금리 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전월 대비 각각 0.07%포인트, 0.04%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기간 신한·하나은행도 0.02%포인트 더 벌어졌다. 

    SC제일은행은 같은 기간 0.12%포인트나 확대됐다. 

    정기예금이 매력을 잃자 여윳돈은 주식·암호화폐 등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요구불예금으로 향하고 있다.

    5대(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은행의 지난달 말 수시입출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882억원으로 전달(614조2656억원)대비 33조원 넘게 불어났다. 지난 1월(590조7120억원)에 비해 60조원가량 급증했다.

    반면 은행에 묶어두는 자금인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73조3761억원으로 한 달 만에 12조8740억원이나 쪼그라들었다. 

    예·적금 이탈에 대응해 은행권도 수시입출금식 통장인 이른바 ‘파킹통장’을 선보이며 요구불예금 확보에 나섰다. 최근 파킹통장은 예·적금과 비슷한 연 3%대 중반 금리를 주는 상품도 속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