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복 공격에 유가 상승 불가피인플레 자극해 금리 인하 시점 지연 우려 환율 1400원 돌파 가능성, 강달러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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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으로 '5차 중동전쟁' 위험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경제는 물론 국내 경제에 'S(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공포'가 현실화될 거란 우려를 낳고 있다. 

    중동발(發) 유가 급등, 환율 상승, 고물가로 인한 글로벌 금리 인하 지연 등 복합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위기에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국제유가까지 가세해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 암운’이 우리 경제에 드리우게 되면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동전쟁 양상을 지켜보면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 '3고 현상' 현실화 우려… 유가 배럴당 100달러 초읽기, 환율 1400원 목전

    이스라엘이 조만간 이란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이 ‘원유의 동맥’ 호르무즈해협 통제를 시도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을 제기된다. 

    이란이 보복 공격하기 전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상승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다. 

    우리나라가 70% 넘게 수입을 의존하는 두바이유의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다면 전체 국제원유가 폭등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중동 사건으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더 조심스러운 접근을 채택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유가, 강달러에 따른 물가 충격과 무역수지 악화, 금리 인하 지연으로 경기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 역시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17개월 만에 1370원대를 넘어서는 등 1400원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중동에서 대규모 수주에 성공해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던 건설업계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이나 이란에서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공사 규모는 미미하나 확전 시 주변국에서의 공사 지연이나 추가 발주 감소,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의 피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정부 "당장 큰 영향 없어"… 전문가들 "컨틴전시 플랜 모색해야"

    정부는 중동 사태 여파를 고려해 유류세 인하와 비상대응 체계를 갖추는 등 발빠른 조치에 나섰다. 

    먼저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생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현재의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연동보조금을 6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L)당 615원이다. 탄력세율 적용 전(820원)과 비교하면 리터당 205원(25%) 낮다.

    연비가 리터당 10㎞인 차량으로 하루 40㎞를 주행할 경우 월 유류비가 2만5000원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경유와 LPG 부탄에 대해서는 37% 인하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경유는 리터당 369원(212원 인하), LPG 부탄은 리터당 130원(73원 인하)의 유류세가 2개월 더 연장된다.

    금융·외환시장 과도한 변동성엔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최 부총리는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에너지·공급망 중심으로 리스크가 확대되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며 "정부는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범정부 비상대응 체계를 갖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경제부처 모두 원팀이 되어 당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모든 정책역량을 결집하겠다"며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하라는 국민의 뜻을 재정전략회의, 세제개편안, 예산안 등에 확실하게 담겠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국내외 외환‧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번 사태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향후 진행 양상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면서 “외환‧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고유가, 금리인하 지연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급등하고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되면서 미 10년만기 국채금리도 4.5%를 돌파하면서 기업들은 자금코스트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와 한은의 기업 유동성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부문 역시 유동성이 더 취약해질 수 있으므로 정부와 한은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