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 터치… 은행 자본비율 하락 우려22년 환율 142원 급등 당시 은행 자본비율 0.59%p↓장외 외환파생상품 추가 증거금 납입으로 유동성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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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분쟁 격화로 ‘킹달러’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의 유동성과 건전성 리스크 촉발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 은행들이 외화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보유하게 되는 외화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의 변동으로 인해 유동성과 자본적정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8원 내린 1380원에 출발했다.

    한때 1400원을 찍었던 원‧달러 환율은 1380원대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한숨을 돌린 양상이다. 

    한미일 3국 재무장관이 한자리에 모여 환율 불안 고조에 심각한 우려를 인지하고 시장 안정화 조치를 언급하면서 환율 급등세는 다소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다만 중동분쟁 추이 등에 따라 환율이 다시 급상승세를 보일 수 있어 경계감을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높은 수준의 환율은 당분간 금융기관의 유동성과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은행 안정분석팀은 “우리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환율 급등이 금융시장 불안과 맞물릴 경우 금융기관의 유동성과 건전성 저하, 금융시장 간 변동성이 상호 증폭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환율이 금융부문에 미치는 리스크 파급경로 및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분기 원‧달러 환율이 전분기 대비 142원 상승했을 때 국내은행의 총자본비율은 같은 기간 0.59%포인트 하락했다. 

    당시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총자본비율은 0.32%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2년 9월 환율은 1400원 중반까지 올라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환율상승은 은행의 장외 외환파생상품(통화선도, 통화스와프, 외환스와프 등) 익스포저 시가평가로 인해 외화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을 증가시켜 총자본비율을 하락시킨다. 

    환율 급등은 유동성에도 파급을 끼친다. 

    환율 상승으로 외국계 은행에 대한 국내은행의 장외 외환파생상품 추가증거금 납입규모가 확대되면서 고유동성 자산 규모가 축소되는 것이다. 이로 인한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하락은 대내외 충격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국내은행의 대응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9월 환율(1434.9원) 급등(전월대비 87.3원 상승)으로 인해 외국계 은행은 총 5조4000억원 규모(은행 평균 7000억원)의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2년 1~8월중 월평균 장외 외환파생상품 추가증거금 규모(총 9000억원, 은행 평균 1000억원)의 5배를 웃도는 규모다. 

    이 추가증거금 납입으로 인해 고유동성 자산이 감소할 경우 해당 은행들의 LCR은 평균 1.28%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나타난 환율 상승세도 과거와 비슷한 형태로 은행의 자본비율뿐만 아니라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의 여파를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환율이 급등하는 양상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과 은행 자본비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어 수급 측면과 주주환원 기대 측면에서 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 급등을 유발했으며, 이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금융권이 환율 급등으로 인한 유동성과 건전성 저하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은 측은 “금융기관은 외화 자산과 부채 간 만기 유동성 불일치가 확대되지 않도록 유동성 리스크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당국은 자본비율, 유동성비율 등의 규제비율을 경직되게 관리하기보다는 일시적 유동성 악화가 위기 상황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유동성 규제를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최근 며칠간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3~4일 동안 매도세를 보였지만 4월 전체로 보면 오히려 순매수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율 오름세도 주춤하고 유가도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를 촉발하는 극도의 신용우려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