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공정거래법 적용신설 예외규정 충족쿠팡 법인을 동인인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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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아닌 법인(쿠팡)으로 지정했다. 김 의장은 쿠팡이 2021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4년 연속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지정 결과를 발표하며 "최근 개정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예외요건을 충족하는 쿠팡은 자연인이 아니라 법인인 쿠팡를 동인인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앞선 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담은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돼 이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기업집단의 범위가 동일하고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으며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는 경우에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1987년 도입된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지정제는 2·3세로의 경영권 승계, 다양한 지배구조의 기업집단 출현 등으로 동일인 판단과 관련한 쟁점이 발생했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으로 동일인제도의 기본 취지를 살리면서도 국적 차별 없이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합리적 판단 기준이 정립됐다고 자평했다.
쿠팡은 지난 2021년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리며 동일인 논란을 촉발했다. 공정위는 2022년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었지만,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공정위는 김 의장 대신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그동안 김 의장이 국내 쿠팡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이 명백한 데도 국적 때문에 동일인 지정을 피하고 총수의 의무를 면제받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김 의장은 이번엔 공정위가 정한 예외 조건을 충족하면서 공식적으로(?)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쿠팡은 동일인을 법인으로 보더라도 국내 계열회사 범위가 달라지지 않으며 자연인(김범석)의 친족들이 계열회사 출자나 계열회사의 임원 재직 등 경영참여가 없으며, 자금대차・채무보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정 시행령에 따라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한 쿠팡에 대해서는 예외요건의 충족 여부 및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거래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한편 법 위반 시 엄정하게 법 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김 의장은 기업집단 최상단 회사인 쿠팡Inc를 제외한 계열사 지분이 없다. 쿠팡 계열사에 재직 중인 김 의장의 동생 부부가 공정거래법상 임원에 해당하는 직급도 아니다. 동생은 글로벌 물류 효율 개선 총괄, 동생의 처는 인사관리, 전산 시스템 운영 총괄로 재직 중이다.
공정위는 김 의장 대신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더라도 엄격한 요건을 맞춰야 하는 것은 같기 때문에 쿠팡 봐주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은 "시행령 개정은 국적 차별 없이 적용할 수 있는 동일인 지정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 추진됐고 대기업 집단 지정의 객관성, 합리성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된다는 어떤 일관적 목표에 따라 추진됐다"면서 "특정 기업 집단의 이해에 따라서 시행령 개정이 추진됐다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뚜렷한 기준 없이 법인이 동인일으로 지정됐던 기업 집단을, 시행령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김범석 의장 등도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 상황을 명확하게 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