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견례 앞두고 서로 약점 찌르기사측 "법적 유급 전임자 11명만"노조 "알짜를 쭉정이로 만들었다"정년 연장, 임피제 폐지 맞물려 갈등 고조
  • ▲ 2022년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에서 열린 파업 현장ⓒ뉴데일리DB
    ▲ 2022년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에서 열린 파업 현장ⓒ뉴데일리DB
    HD현대중공업 노사가 임금 단체교섭을 앞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양 측의 약한 지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어 올해 협상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2일 HD현대중공업은 내주 노사간 단체교섭 돌입에 앞서 상견례를 시작한다. 앞서 노조 측은 지난달 30일 기본급 7.57%(15만9800원, 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정년연장 및 장기근속포상금 인상 등을 담은 임단협요구안을 사 측에 전달했다.

    노조 측 박병선 수석부지부장은 "지난 10년 간 조선업 불황기라는 이유로 임금과 복지를 뺏기고 또 뺏기었다"며 "올해는 초호황기를 맞아 그동안 빼앗겼던 임금과 복지를 반드시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양 측의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노조 전임자 수를 문제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HD현대중공업 노조 전임자는 40명인데 현행법상 유급 전임자 수는 11명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측은 11명을 초과하는 집행간부 29명에 현장 복귀를 요구하고, 불이행시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들 집행간부들의 교섭위원 지위를 교섭 당일에만 인정하겠다고 전달했다. 이른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다. 평소에는 회사 명령에 따라 맡은 업무를 처리하고, 임단협이 있는 날에만 교섭에 참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조 측은 "노조를 흔들고 힘 빼기 위한 졸렬한 놀음"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조합원만 7000명이 넘고, 원하청을 합치면 3만명이 넘는 사업장인데 이들의 안전과 보건을 11명으로 책임지라는 건 말이 안된다"며 "단체교섭 시작을 목전에 두고 억지주장을 부리고 있다"고 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법적 한도를 초과한 전임자 수 때문에 고용노동부 감독에서 시정명령을 받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된다는 점을 들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관계 법령과 고동노동부 시정지시에 따라 타임오프제를 원칙적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사측의 회의적인 태도에 노조 측은 HD현대그룹의 '쪼개기 상장'을 꼬집고 나섰다. 현대중공업이 2017년 현대로보틱스,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4개사로 인적분할하고 조선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출범시키는 등 7년 간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지주사 이익만 가져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786억원으로 2019년 1295억원과 견줘 38% 성장했는데 같은기간 지주사인 HD현대 영업이익은 6666억원에서 2조316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노조 관계자는 "지주사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HD현대중공업 쪼개고 또 쪼개는 것"이라며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탐욕이 알짜를 쭉정이로 만들어 이익을 독차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사가 상견례 전부터 갈등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올해 임단협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에도 사측과 갈등이 길어지며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