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기관설명회 예정지라시 확산-주가하락에 '직접 소통' 선택가용 유동성 4조 '안정적'"사채권자 특약 조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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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이 최근 유동성 우려에 대한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투자자와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동안 그룹 계열사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지라시(증권가 정보지) 확산, 주가 하락 등 여파가 계속됨에 따라 대면을 통한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오는 26일 오후 4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교직원공제회에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연다. 설명회에는 유동성 위기의 발원지인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롯데건설,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다.

    최근 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위기설이 그룹 전체로 확산함에 따라 롯데그룹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불안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 자리에 신동빈 회장이 직접 등판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1일 롯데케미칼은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발행한 총 2조원 규모 공모사채 14건에 대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해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EOD 사유는 ‘지난 9월 말 기준 3개년 누적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생겼다.

    롯데케미칼은 과거 뛰어난 수익성을 자랑했던 당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이러한 조건을 내걸었다. 실제 2021년 당시 EBITDA 대비 이자 비용은 27.8배에 달할 만큼 유동성이 풍부했다. 그러나 이후 석유화학업황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이 지표가 5배 아래로 떨어졌고, 올해는 이 지표가 1.1배까지 내려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과거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투자자와 맺었던 최소한의 현금창출능력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유동성 위기설이 빠르게 확산됐다. ‘롯데그룹이 12월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를 선언하고, 전체 직원 50% 이상을 감원할 것’이란 지라시도 생성됐다.

    롯데그룹은 “지라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동원할 수 있는 현금과 그룹 자산규모까지 공개하고, 시장 불안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번 현안은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저하로 인해 발생한 상황”이라며 “회사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10월 기준 롯데케미칼은 활용 가능한 예금 2조원을 포함,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 상당을 보유 중이다. 전체 롯데그룹의 10월 기준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에 이른다. 2조원 가량의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EOD 선언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와 신용평가사들은 롯데그룹 유동성 우려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석유화학 업황 불황 장기화에 따른 모니터링은 지속한다는 의견이다. 롯데케미칼의 사채권자 집회로 급한 불을 끄더라도 유동성 위기 폭탄이 재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이 소집하는 사채권자 집회와 별도로 채권자가 따로 소집하는 집회를 통해 1건이라도 기간이익상실 선언이 발생하면 나머지 채권의 ‘기간의 이익 즉시 상실 사유’로 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룹은 올해 들어 사업구조 재편을 공식화하고 그룹특성상 우수한 입지에 부동산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재편이나 재무구조 개선방안 및 이행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그룹의 자구 계획을 명확히 제시하고 적극적인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기준 4조원의 가용 유동성 자금을 확보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며 “이번 주 중 사채권자 집회 소집을 공고해 다음 달 중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