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2조, 중국 68조원 … 경쟁국들 '쩐의 전쟁' 치열k칩스법은 폐기 위기 … "선제적 기술개발과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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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6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융자와 세제 헤택을 담은 '간접' 지원책이어서 직접 보조금 등 확실한 지원책이 요구되고 있다.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수십조원의 현금 지원에 나서면서 그야말로 '쩐의 전쟁'에 돌입했는데, 간접 지원만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24일 반도체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반도체 경쟁국인 미국, 중국, EU, 일본, 대만 등은 반도체 생산·연구 시설 유치에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대거 유치하면서 2022년 칩스법(반도체 지원법)을 만들고 보조금과 연구개발(R&D) 지원금 명목으로 총 527억 달러(약 72조원)를 5년간 지원하는 내용을 이 법안에 포함시켰다.지난 8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공동 조사·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칩스 및 과학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2032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능력은 20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SIA·BCG는 보고서를 통해 "이는 전 세계 지역별 최고 증가율"이라며 "2022년 이전에 미국 반도체 제조 능력의 전 세계 점유율은 10%였지만 2032년에는 14%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은 R&D를 포함한 3710억위안(약 68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 기술 자립화에 나서고 있는데 중국 모 업체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샘플을 개발하는 등 결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EU의 반도체 지원도 상당하다. EU의 반도체법은 현재 약 10%인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예산과 민간 투자금까지 포함해 총 430억 유로(약 63조5000억원) 투입을 골자로 한다.지난 12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EU·인도·일본 등이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까지 투입을 확정한 보조금 규모가 807억 달러(약 11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한 바 있다.반면, 우리 정부의 지원은 현금 중심이 아닌 융자와 세제 혜택, 인프라 건설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총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생산시설 건설에 17조원 이상의 저리 융자 지원과 R&D 및 인력양성에 5조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육성에 1조1000억원 규모 펀드 조성 등이다.윤 대통령은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지원'을 신설해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공장 신축, 라인 증설과 같은 설비에 어려움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반도체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 중 70% 이상은 중소·중견 기업이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업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이번 지원책은 대출 금융 지원이나 세제 혜택, 인프라 투자 등 간접 지원에 한정돼 미국의 칩스법이나 EU의 반도체법 등으로 인한 천문학적 보조금 지원에는 못 미친다는 얘기다.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반도체에 투입되는 지원금을 기존 방안보다 올린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주변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이 교수는 "중소·중견기업 소부장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는 항상 현금에 쪼들리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반도체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기술 개발과 양산을 위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대통령이 발표한 종합지원대책에 담긴 투자세액공제(15~25%) 일몰 연장은 조세특례제한법(K칩스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쟁에 밀려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운명에 놓였다.K칩스법이 올해 말 일몰되면 반도체 대기업의 설비투자 공제율은 기존 15%에서 8%로 축소된다. 반도체 경쟁국들이 앞다퉈 두툼한 보조금 지원에 나서는 상황에서 우린 세제 혜택을 앞세웠지만 국회서 막히면 이마저도 소용 없어진다는 얘기다.이 교수는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 검토와 국회의 신속한 개정법안 논의와 관련해 "반도체 산업은 규모가 커 기업들이 자력만으로 생존하기 힘든 만큼 재빠른 지원책과 투자 결정들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