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국민 모두 공감하는 방향성 중요정부, 강경론 대신 '전공의 복귀' 위한 제도정비 시급의료계, 강경 투쟁보다 필수의료 생태계 조성이 우선 국민, 당장은 불편있겠지만 중장기적 변화 기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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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2025학년도 의대증원의 행정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이달 내 각 대학이 모집 요강을 확정하는 수순을 밟는다. 이제 되돌리거나 백지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난항 끝에 윤석열표 의료개혁 열차가 출발한 것이다. 

    큰 변화만큼이나 의료계 반발도 거세 대치 국면은 풀리지 않고 환자 피해가 쌓여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각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소모적 갈등은 줄이고 일치된 방향성을 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안을 승인했다. 늘어난 의대 모집인원을 대학별로 어떻게 선발할지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각 대학들은 이달 31일까지 해당 내용이 포함된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도 전국 의대 40곳의 총 모집인원은 4567명이다. 현행 3058명 대비 1509명 늘어난 규모다. 1998년 제주대 의대 신설 후 27년 만에 의사 충원의 길이 열리는 셈이다. 정권마다 증원 시도는 있었지만 매번 의료계 반대로 불발됐다.

    고등교육법상 의대증원을 포함한 학칙 개정은 학내 절차를 따라 이뤄진다. 만약 학칙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대학이 있다면 고등교육법과 시행령에 근거한 정부차원의 시정명령이 내려진다. 

    ◆ 政, 강경론 대신 '의사 복귀' 명분 열어둬야  

    정부가 의료개혁의 시작점으로 의대증원 드라이브를 걸었고 숱한 반발 속에 결국 정책이 확정됐다. 이는 대국민 여론에 힘을 받아 추진한 것으로 명분이 있지만 의료계의 분노와도 직결된 사안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의대증원 확정 이후 의사면허 관리권한이 있는 보건복지부는 이탈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등 그간 유예됐던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 2월 20일 전후로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과 사직서 제출했고 이에 대해 정부가 행정처분을 언급했으나 사실상 유예한 상황으로 수개월을 지체했다. 

    특히 의대증원 확정 후 미복귀 전공의 처분, 손해배상 청구 등 정부가 강경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전공의 행정처분은 의료계 강력 투쟁의 물꼬가 된다. 임현택 의협 집행부는 '전공의 피해 발생'에 촉각을 세우고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강경론으로 전환 시엔 더 큰 갈등이 발생하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정부 차원서 가장 합리적 방법은 진정성 있는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을 펼치겠다는 방법론을 제시해 전공의 설득작업을 하는 것이다. 

    현재 의료현장서 근무 중인 전공의 전체의 5%에 불과한 658명으로 이 규모 의료체계를 가동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최소한의 병원 운영을 위해서라도 전공의 복귀 비율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수가협상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필수의료를 해도 미용GP(일반의)와 비교해 안정적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 수련환경 개선 등 구체적 계획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전제로 둔 그간의 '수가 후려치기'가 이닌 원가 보상에 집중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이탈 전공의는 물론 의사들의 반발을 없애는 주요 대책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개혁은 필수, 지방의료 활성화로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의료계와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의대증원을 강행한 대신 이점을 분명히 인식해 개혁을 위한 합을 맞춰가야 한다는 중론이다.

    ◆ 의료계, 투쟁 지속되면 '의사 악마화' 프레임에 갇혀 

    의대증원이 확정되는 과정에서도 의료계의 반발은 지속됐다. 숱한 소송을 제기했고 비과학적 증원이라는 논리를 강조하며 연일 대응 수위를 올리고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날 오후 대교협 심의와 관련해 "입시를 10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지난 2월 의대 증원을 발표했다"며 "입시 대혼란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고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증원 결정·배정 과정의 명백한 위법성을 인정하고 철회하라"고 밝혔다.

    또 "(대법원을 향해) 교육부 장관에게 시행계획, 입시요강 발표를 보류하고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통보하는 소송지휘권을 발동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열차는 출발했고 다시 돌아오긴 힘든 상황이 됐다. 더군다나 공감대 없는 투쟁이 심화할 경우에는 '의사 악마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생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데도 환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없었던 것은 의료대란이 남긴 의사에 대한 공포 이미지다. 

    의료계는 신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정부와 마주 앉아 건설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인력 구성에 문제가 있는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라고 할지라도 일단 참여해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제도적 지원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결국 의료대란 사태 해결의 열쇠는 전공의가 쥐고 있는 상황으로 '전향적 복귀'를 전제로 두고 각종 제도정비에 나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의정 대화의 주체는 전공의가 돼야 하고 이러한 흐름을 만들기 위해선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 

    ◆ 국민, 당장 불편하겠지만 의료개혁에 힘 실어야 

    의료개혁을 위해 나가는 과정에서 대국민 여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의정 갈등이 풀리지 않아 당분간은 국민 불편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 의료발전을 위해 일부 환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변화를 기다려야 할 때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은 지속가능성이 초점이 맞춰졌다. 앞서 문재인케어 등 보장성 강화 정책처럼 당장 제도적 혜택이 부여되지 않는 대신 긴 기간을 들여 의료체계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전달체계 정립으로 그간 익숙했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이 억제되고 과잉의료에 대한 손질은 물론 건강보험료 인상 등도 연속적으로 따라붙게 된다. 이 과정은 인구절벽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작동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대한민국학술원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의료개혁의 첫발을 떼었으나 앞으로 할일이 정말 많다"며 "지역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과 재정 투자를 많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