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권 유일 '행안부' 소속…금융감독 의무 없어잇단 잡음에 감독기준 일부 개정…이마저도 '상호금융권 수준' 그쳐지난해 뱅크런 이후 '조 단위' 공적자금 투입에 금융당국도 '지원사격'전년 5% 수준 쪼그라든 순익에도 5천억대 배당…'부실금고' 포함에 논란
  •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말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60년 만에 첫 직선제로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을 뽑는 등 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혁신의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국민의 신뢰를 잃는 악재들이 여전히 횡행하면서 '비리백화점' 꼬리표를 좀처럼 떼지 못하고 있다. '지역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이 무너진 까닭을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 ▲ MG새마을금고중앙회. 사진=정상윤 기자
    ▲ MG새마을금고중앙회. 사진=정상윤 기자
    새마을금고가 '비리백화점'으로 여겨지는 또 다른 까닭은 '법적 사각지대'일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정기 업무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보니 서민금융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한껏 곪고 나서야 터지는 양상이 거듭되고 있다. 

    게다가 뱅크런으로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고, 또 부실채권을 팔고 있는 상황에서 순이익의 5배에 달하는 배당까지 단행하기도 했다.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상호금융권 중에서도 유일하게 금융감독 사각지대에 있다.

    다른 상호금융사들은 감독당국으로부터 감사를 받는다. △신용협동조합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 등은 신용협동조합법의 특례조합(제95조)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농협과 수협은 각각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포괄 감독하지만, 조합의 신용사업에서는 금융위원회가 감독·명령을 내릴 수 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금융당국의 감독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들에 업무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행정안전부는 개별 금고와 중앙회를 포괄감독하고 신용공제사업만 금융위와 협의해 감독한다. 그러나 행안부 요청이 오지 않는 한 감독당국은 들여다보기 어렵다. 요청이 오더라도 검사 지원은 가능하지만, 단독검사나 행안부 위탁검사는 할 수 없다.

    감독권한이 분리돼 있다 보니 다른 상호금융보다 자료 확보도 쉽지 않다.

    한국은행은 분기마다 비은행 금융기관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를 확인하고 연체율을 분석한다. 여기에 새마을금고만 빠져있다. 행안부 소관이다 보니 데이터 통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이 수시로 들여다볼 수 없다면 유사시 유동성을 공급할 근거도 부족한 상황이다.

    유사한 기능의 상호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적어도 같은 수준의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규제기관이 서로 다르면 동일한 규제영역에 대해 서로 다른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설립, 건전성, 업무범위, 영업행위 규제에 있어 다른 규제가 적용돼 이에 따른 적지 않은 규제 차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달 초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의 경영혁신방안 이행과제가 담긴 '새마을금고 감독기준'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지난해 뱅크런 위기에다 올 들어 연체율 급증으로 자산건전성 관리 문제에 직면하는 등 크고 작은 잡음이 계속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개정안에는 새마을금고의 규제 수준을 다른 상호금융업권과 비슷한 강도로 높이고 행안부의 새마을금고 건전성 관리와 감독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4월 국회의원 총선에서 주요 화두로 부상한 '작업대출' 이슈와 연이은 '대출사기' 등이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고작 '타 상호금융권과 비슷한 수준'으로만 조치하는 데 그쳤다.
  • ▲ 서울시내 한 새마을금고. 230704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새마을금고. 230704 ⓒ연합뉴스
    문제는 이처럼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보니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연체율은 5.07%로, 전년대비 1.48%p 상승했다. 이어 1월 6%대, 2월에는 7%대를 돌파했으며 지난달 기준으로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뱅크런 사태 당시 연체율이 6.1~6.4%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8개월 만에 연체율이 재차 악화했다는 평이다.

    이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추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1조원가량 부실채권을 인수해준 데 이어 또다시 '소방수'로 나서는 모양새다. 즉 '시한폭탄'이 한계가 다다를 때마다 지속해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간신히 손실 면했지만…'부실금고' 포함 '배당잔치'

    이 같은 공적자금 투입에도 개별 금고는 이와 무관하게 '배당잔치'를 벌였다. 

    지난해 전국 1288개 새마을금고의 순이익은 전년동기 1조5573억원의 5% 수준인 86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1236억원 손실에서 간신이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배당 규모는 순이익의 5배가 넘는 48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배당률은 4.4%로, 전년 4.9%보다는 낮지만 2019년 3.3% 2020년 2.9% 2021년 3.3% 등 이전 3개년도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22년 이전에는 새마을금고의 연간 순이익이 7000억~1조5000억원대로 꾸준한 이익을 남겼다.

    특히 개별금고 가운데 적자가 났지만, 배당금을 지급한 곳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104억원의 순손실을 낸 경기 A금고는 출자자들에게 배당금 7억5000만원(배당률 4.3%)을 지급했다. 이 금고는 지난해 경영실태평가에서 '4등급(취약)'을 받은 '부실금고'였다.

    B금고의 경우 지난해 15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3억9000만원(배당률 3.9%)을 배당했다. 이 금고는 자산건전성 '4등급'을 받아 경영개선권고조치까지 받은 곳이다. 경영개선권고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부실위험 금고에 △배당 제한 △경비 절감 △위험자산 처분 등을 이행하도록 권고하는 조치다.

    새마을금고 측은 이에 대해 "순손실이 났더라도 그동안 쌓아놓은 이익잉여금으로 배당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 환원 차원에서 배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으로 더 큰 부실 위기를 넘겼음에도 '고통 분담'에는 '나 몰라라'하는 배당정책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뱅크런 위기가 고조되자 정부가 직접 나서 '예금전액 보호'를 공언하고, 캠코의 지원사격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고위 공직자들은 새마을금고에 수천만원을 예치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캠코가 새마을금고 부실채권을 사주면서 충당금이 환입돼 지난해 순손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정부 지원으로 위기를 넘긴 뒤 '배당잔치'를 벌이는 것이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