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트리아논 빌딩 대출유보계약 종료 처리3700억 원 공·사모 펀드로 팔려…손실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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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스자산운용이 4년 전 부동산 펀드를 통해 사들인 독일 오피스 빌딩의 투자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전일 '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 펀드의 트리아논(Trianon) 빌딩 대출의 대출 유보계약(스탠드스틸)이 만료됐다고 공시했다.

    스탠드스틸은 대출금에 대한 계약을 현재 상태로 유보하면서 운용사가 시간을 버는 조치를 말한다. 

    스탠드스틸 만료에 따라 해당 펀드가 조달한 차입금과 관련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EOD란 채권자가 만기 전에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지스운용은 앞서 지난 2018년 10월 해당 펀드를 설정해 국내에서 공모와 사모펀드로 3750억 원을 모집했다. 일반인들이 투자한 공모펀드는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등을 통해 1875억 원 규모가 판매됐다.

    이지스운용은 공‧사모펀드로 마련한 금액에 현지에서 조달한 차입금을 얹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트리아논 빌딩을 약 8750억 원에 인수했다.

    당초 해당 펀드의 만기는 지난해 10월이었으나 수익자 총회를 통해 기간을 2년 연장했다. 대주단들의 최초 대출 만기도 지난해 11월 말이었으나 현지 8개 대주단과 협의를 통해 6개월 연장한 바 있다.

    이후 추가 연장을 논의했지만, 대주단이 추가 질권 설정 요구 등을 재연장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결국 협상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EOD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트리아논 빌딩의 핵심 임차인인 데카방크가 지난 2020년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불황 속 트리아논의 주요 임차인이었던 데카뱅크가 이전 결정을 하면서 감정평가액이 매입가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고 담보인정비율(LTV)이 급등, '캐시트랩'이 발동됐다. 

    캐시트랩이란 자산 가치 하락으로 LTV가 일정 수준(약 65%) 이상 오르면 임대수익을 제한하는 조항을 뜻한다.

    트리아논 빌딩은 이후에도 자산가치 하락이 지속돼 LTV가 상승했고 지난해 12월 EOD 사유인 LTV 70%를 초과하면서 캐시트랩 자금으로 급한 불을 끄기도 했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현지법에 따라, 현지 SPC의 관리회사이자 현지 사무수탁사인  Intertrust는 도산 사유 발생 시점으로부터 3주 이내에 도산 절차 개시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당사는 현지 법무법인을 통해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산절차 개시 등 후속 경과에 대해선 추후 별도의 수시공시 등을 통해 지체없이 안내할 예정"이라며 "본건 펀드로 인해 투자자분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는 말씀과 함께 어떠한 상황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