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글로벌 증시 대비 뚜렷한 약세 흐름 "증안펀드 준비" 당국 시장 달래기에도 지수 지지부진주주권리 확대·세제 혜택 등 근본적 기업 밸류업 정책 뒷받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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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증시가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이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투입 준비를 언급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지수는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국내 증시의 흐름을 돌릴 수 있으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코스피는 5.08%, 코스닥은 20.01% 하락했다.글로벌 증시 대비 국내 증시는 유독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 한국 증시의 수익률은 -12.8%로,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사실상 꼴찌를 기록했다. 전 세계 평균 수익률인 17.6%, 선진국 평균 18.9%, 한국이 속해 있는 신흥국 평균 6.7%에도 한참 못 미쳤다.올 들어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나홀로 역주행을 이어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증시로의 '투자 이민'은 가속화되고 있다.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5일 기준 50조42343억원을 기록했다.지난 8월 초만 해도 59조원대였던 예탁금은 연일 감소하며 이달 들어 49조~51조원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지난 22일 기준 1050억4572만달러(146조8539억원)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대를 밑돌 수 있단 우려까지 겹쳐 증시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수출이 핵심 동력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미국이 관세 인상, 대중국 규제 강행 시 무역수지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뉴욕증시의 산타랠리가 기대되는 가운데 코스피 연말 전망은 밝지가 않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국내 주식시장의 수익률을 결정하는 건 리밸런싱 수급이 아니라 한국 경기의 방향성이었다"면서 "무리해서 포지션에 변화를 줄 필요는 없다. 경기에 대한 민감도를 포트폴리오에 반영해 나갈 필요는 있지만 그 시기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마무리 돼가고 국내 경기가 저점에 가까워지는 때"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 연구원은 "코스피가 연말까지 2500선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 주식시장의 연말 랠리 가능성은 낮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위한 근본적 정책 추진 시급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확대되자 금융당국은 지난 21일 2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를 투입한 데 이어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증안펀드는) 여전히 유효하고 언제든 준비해 '시작하자' 하면 바로 투입할 기관이 준비돼 있다"면서도 "다만 주가를 부양한단 측면보다 안전판 역할이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을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증안펀드는 주가지수 급락 등 증권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투자심리 악화로 인한 투매나 과매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기금을 말한다.정부의 밸류업 펀드 자금 집행과 증안펀드 언급에도 국내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지난 25일 1%대 상승했던 코스피는 트럼프발 관세 우려가 불거지며 하루 만에 다시 하락, 27일 오전 10시40분 현재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시 폭락 시 증안펀드가 도입되더라도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김한진 박사는 "당국의 증안펀드 언급은 주가 하락이 국민 경제에 심각성이나 불확실한 대외환경, 우리 경제의 약한 부분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것을 당국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제스처 정도의 의미"라면서 "증안펀드 실효성에 대한 찬반은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K-증시를 떠나게 만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한진 박사는 "증시를 끌어내리는 요인은 현재 제도상으로는 근본적인 기업 밸류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비해 자본시장의 가장 핵심인 증시가 무너지는 현상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면서 "증시 정책은 시장이 기대보다 더 크게 내놔야 한다. 시장의 기대만큼 정도면 시장은 오히려 빠진다. 그게 주식시장의 생리"라고 짚었다.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인 남재우 박사는 "증안펀드를 투입한다거나 연기금의 수급을 끌어올린다는 식의 접근은 단기적일 뿐 지속가능한 상승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면서 "본질적인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식의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주주권리 확대 및 의무화, 경쟁력이 없어 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소위 좀비기업의 시장 퇴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통해 중장기 투자를 유인하는 세제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한진 박사는 "상장사들의 기업가치를 본질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이사의 충실 의무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선 국내 증시에서 벌어지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보면서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진정성 없게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개인주식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현재 국회서 논의 중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이 완벽하진 않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