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부자 감세' 프레임 거두고, 중산층 노려 … 제22대 국회 논의 주목5억∼10억 구간 상속세 결정세액 68.8%↑… 28년째 공제규모 그대로여야 간 일부분 합치 … 상속세 완화 규모 두고는 의견 대립 전망
  •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뉴시스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뉴시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의지를 밝힌 야당이 이번엔 당내 정책위원회를 필두로 상속세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이며 제22대 국회에서 관련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앞서 여당은 종부세와 상속세의 과도한 세율을 지적하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야당은 '부자 감세' 프레임을 앞세워 반대의 뜻을 보인 바 있다. 이번 야당의 결정은 차기 대선을 고려해 중산층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 종부세와 상속세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를 위해 5~10억원 구간 세조정안을 거론하며 "집값이 올라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미세 조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합리적이고 필요한 개정이라면 열어놓고 논의할 의지가 있다"고 호응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공동주택 공시 가격 상승으로 2022년 기준 상속 재산가액 5억∼10억원 구간 과세 대상자는 2020년 대비 49.5% 증가했다. 해당 구간의 상속세 결정세액은 68.8% 급증했으나, 일반 상속세 일괄공제 규모는 28년째 5억원에 머물러있다.

    중산층의 세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기준이 오래된 만큼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야당의 공식 견해다. 국민의힘도 제22대 정기국회에서 종부세와 함께 상속세 개편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여당이 꾸리는 방안은 상속세 과세 체계를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방안과 대주주 할증 과세 폐지가 유력하다.

    현행 상속세 방식은 총유산을 기준으로 계산해 상속세를 비례해 분배하는 반면, 유산취득세는 유산 총액이 아닌 상속인이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한다. 아울러 유산세 방식은 초과누진세율을 적용받아 과세표준이 2배가 되면 세액은 2배 이상 커져 유산취득세보다 상속세 총액이 커지게 된다.

    현재는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20%의 대주주 할증 과세가 적용된다. 한국의 기업승계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할증 과세를 적용하면 최대 60%의 세율을 적용받는 만큼 사실상 기업 승계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야당에 비해 여당이 주장하는 상속세 완화 방안은 더 포괄적인 범위에서 상속세 전반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견해인 만큼 제22대 국회에서 여야 간 논의에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완화와 관련해서는 야당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갈려 실질적인 개정까지는 시간이 꽤나 소요될 공산이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국민의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 미치는 만큼 종부세에 대한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며 종부세 폐지는 공식적인 검토 사항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종부세와 금투세, 상속세의 경우 지금 제도가 적절한지 한번은 점검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가진 부담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고 제언했다.

    향후 야당의 정책 방향은 차기 대선 등을 고려해 중산층 표심에 따를 거란 의견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속세와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지층 이탈이 중도층 유입보다 더 많을 거로 보인다"면서도 "여론의 반응을 볼 것이다. (상속세·종부세 완화가) 지지층 이탈 대비 중도층 흡수력이 크다면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