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안장목표 운영상황 점검회의 개최"완만한 둔화 추세…목표 수렴 더 지켜봐야"대통령실 "물가안정…금리인하 환경 조성돼"정부 조기 인하론에도 미국 앞설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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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째 2%대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금리인하 시점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온도 차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세를 토대로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으나 한은은 물가전망 경로에 불확실성이 높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 한은 “물가흐름 긍정적…다시 뛸 수도”

    한은은 18일 서울 남대문로 본부에서 2024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열었다.

    한은은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의 정기적 점검 방침을 밝힌 이래 2019년부터 매년 6월, 12월 연 2회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간하고 대국민에게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설명회에서 모두말씀을 통해 “연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시 높아지기도 했으나 전반적인 물가 오름세는 완만한 속도로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향후 물가는 최근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둔화를 감안할 때 지난 5월 전망과 부합하는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나갈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금리 인하를 확신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창립 제74주년 기념사에서도 “완화 기조로의 섣부른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고서에서는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 중 완만한 둔화 추세를 보였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물가상승 모멘텀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한은은 4월 이후 가공식품과 일부 공업제품, 외식업 등에서 원재료가격 상승 등 비용압력에 대응한 제품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가격인상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공급측 상방리스크와 맞물려 기대심리가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물가목표 수렴에 대한 더 큰 확신을 위해서는 농산물가격과 국제유가의 움직임, 기업의 가격인상 확산 정도, 내수 흐름 등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물가 상승률은 하반기 중 2.5%를 밑도는 수준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부, 조기 금리인하 ’군불‘…“이미 환경 조성”

    조심스러운 한은과 달리 정부는 최근 금리 인하 기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물가안정론과 더불어 최근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를 시작한 만큼 우리 나라도 못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우리나라는 이미 상당 부분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통화 정책에 영향을 주는 물가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이 최근 안정되고 있고 다른 국가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라며 "이 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 물가 안정이 됐다고 보기 어려운 국가들임에도 지금 충분히 (인하)할 자신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해 사실상 조기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정부는 최근 물가관리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4년 6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는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방한관광객 증가, 서비스업 개선 등 내수 회복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세가 '굴곡진 흐름 속'에 있다며 불확실성을 강조한 데 반해 이달에는 수식어를 빼고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가 매달 발표하는 경제동향 분석 보고서인 그린북에는 정부의 경제상황 인식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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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지는 금리인하 기대…가계부채 위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7월, 8월, 10월, 11월 총 네 차례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후 한은이 뒤따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조기인하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최근 환율변동성과 자본이탈 가능성을 고려하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긴 무리란 평가다.

    이창용 총재가 신중론을 펼치며 버티는 것도 하반기 금리인하를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조기에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될 경우 시장 과열로 금리인하가 어려워질 수 있는 탓이다.

    실제로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에 주택 거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09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6조7000억원 이후 월간 증가 폭으로는 최대 수준이다.

    또 이달 들어서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만 지난 13일 까지 가계대출 잔액이 2조 1451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가 계속 될 경우 전달과 유사한 수준의 증가폭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