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등에 3분기 연속 성장률 세계 30위 안팎 '하위권'尹 파면으로 리더십 공백까지 … 美 트럼프 관세 위협도 상당국내외 주요기관 韓성장률 전망치 줄하향 '0%대 전망' 기관도전문가들 "경제 파탄·신인도 하락 위기 … 산업 구조조정 시급"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한국 경제는 조기대선 전까지 60일 간의 '리더십 공백'이라는 중대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정부가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대내외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수 부진에 거세지는 트럼프발(發) 관세 위협까지 이어지며 일각에서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인 1.5%보다 낮을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 이후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없어져 더 큰 혼란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콜롬비아·리투아니아를 제외한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중국을 더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조사한 결과 한국(0.066%)은 전체 37개국 중 29위로 집계됐다.

    한은은 지난달 5일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치)' 발표 당시 4분기 성장률을 0.1%로 공개했지만 반올림 전 실제 수치는 0.06%대로 역(-)성장을 겨우 피한 수준이었다.

    한국의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는 벌써 세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작년 1분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1.3%를 기록할 당시만 해도 중국(1.5%)에 이어 6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2분기(-0.228%) 기저효과 등에 뒷걸음쳐 32위로 추락했고 3분기(0.1%)에도 뚜렷한 반등에 실패하면서 26위에 그쳤다. 4분기(0.066%·29위) 역시 소비·건설투자 등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0%대 성장률과 30위 안팎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도 0%대에 힘겹게 턱걸이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대통령 파면이란 정치 불안 속에서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아직 영향을 미치기 전인데도 수출 증가세까지 둔화 조짐을 보여서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낮춘 것을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KDI, 2.0%→1.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1.5%) 등이 잇따라 전망치를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도 이르면 다음 주에 각각 세계경제전망(WEO)과 아시아경제전망(ADO)을 발표하는데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대 초중반으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 IMF는 1월 올해 한국 전망치를 2.0%로 제시한 바 있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이 전망한 한국 경제성장률도 하향 조정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2월 말 평균 1.6%에서 3월 말 평균 1.4%로 한 달 만에 0.2%p 하락했다. 주요 IB 중 0%대 전망치를 제시한 곳(JP모건 0.9%)도 있다.
  • ▲ 서울 중구 명동 중심의 상점이 임대 안내를 붙이고 비어 있는 모습ⓒ연합뉴스
    ▲ 서울 중구 명동 중심의 상점이 임대 안내를 붙이고 비어 있는 모습ⓒ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관세 폭탄, 금융시장 혼돈, 물가 상승, 환율 상승 등으로 한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경제 측면에서 탄핵 인용이 악수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말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전환되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대응하는 여러 조치들을 못 해온 게 사실"이라며 "이번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 혼란은 더욱 커지게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그는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주식시장에 장기 투자는 줄어들고 매도세가 강해지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여기에 투기 세력까지 동참하게 되면 문재인 정권부터 이어온 거품이 꺼지고 결국 국내 경제가 파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가 전반적으로 정치적 내홍에 휩싸일 경우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대외신인도 점수를 매길 때 한국이 경제 분야에 손을 놓고 있다는 부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으로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서 여야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양상이 불거진다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입장에선 한국 대외신인도에 플러스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새로 선출될 행정부 수장이 '산업 구조조정'에 높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경고음은 7년 전부터 나왔지만 정치권에서 그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단순히 직원을 자르는 것이 아닌 중소기업부터 신기술을 개발하고 정부가 지원하고 투자와 함께 고용이 발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