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그리드, 상장 코앞 두고 승인 취소…코스닥 개장 이후 최초지난해 파두 '뻥튀기 상장' 이어 두 번째…부실 IPO 논란 뭇매이노그리드, 한투證과 손잡고 재심사 청구 예정…재심 결과 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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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파두 사태'에 더해 이노그리드 상장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한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로서 발행사에 대한 심사와 실사를 더 꼼꼼히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문제가 된 최대주주 지위 분쟁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숨기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관행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9일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이노그리드의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 승인 결과의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소는 해당 효력불인정 결정에 대해 '상장예비심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의 법적 분쟁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가 이미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에 심사효력을 불인정한 것은 지난 1996년 코스닥 시장이 문을 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예비심사 승인 취소로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 이내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이노그리드는 올해 3월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단순 오타, 주요 재무제표,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 등 크고 작은 이유로 증권신고서를 무려 7차례나 정정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사항은 6차 정정 신고서에 기재됐다. 과거 최대 주주였던 법인과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 간 이노그리드 주식 양수도 및 금융회사의 압류 결정 관련 분쟁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업계에선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이 다소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했다는 말이 끊이질 않는다. 이노그리드 측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숨기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상장 주관사가 해당 이슈에 관해 사전에 체크하지 못한 것은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노그리드는 거래소 심사 과정부터 상장위원회로부터 '미승인' 판정을 받았으나, 재심 절차인 시장위원회까지 가면서까지 상장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무리하게 일정을 진행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여기에 이노그리드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투자증권에서 재직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무리하게 상장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 측은 해당 인물의 재직 이력은 이번 일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주관사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우선 상장 준비 기업의 증권신고서를 꼼꼼하게 작성하고 살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상장을 준비하는 수년 동안 해당 이슈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한 IPO 업계 관계자 또한 "통상 기업의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은 해당 기업과 적게는 1~2년, 길게는 5년 이상 관계를 맺는다"라며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과 주관사는 거래소와 금감원에 회사에 관해 성실히 알려야 하는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거래소 측은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재발 방지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경우 상장 예비심사 신청 제한 기간을 1년에서 3~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한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 서식에 필수 기재 사항에 대한 자의적인 판단을 지양하고, 중요 사실을 누락할 경우 제재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기로 했다. 

    금감원도 현재 주관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관사의 형식적인 기업실사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투자업규정 및 인수업무규정을 바꿔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해당 방안은 올해 3분기 완료할 예정으로, 이번 이노그리드 사태에 직접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노그리드 측은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른 즉각적인 재심사 신청 등 다양한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중요한 사항의 고의적 기재 누락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예정이다. 

    만약 거래소로부터 재심이 받아들여지면 이노그리드와 한국투자증권은 코스닥 최초 승인 효력 불인정이라는 '불명예'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노그리드 관계자는 "입장문에서 밝힌 대로 현재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한국투자증권과는 계속 주관사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