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이창용 언급한 2.4%로…금리인하 기대↑"7월 금통위, 동결하겠지만 소수의견 나올 것"연말까지 밀렸던 금리인하 기대 8~10월로"이자 싸진다"… 가계대출 두 달간 11조 폭증성급한 금리인하 땐 부동산 '패닉바잉'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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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계가 다시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2%대 물가’를 거론해왔던 만큼 당장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은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 실제 금리인하를 가로막는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 하반기 첫 금통위… 인하 소수의견 등장할까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11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이번에도 한은은 기준금리에 손을 대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물가 상승세 둔화가 완연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월과 3월 3.1%로 올라선 이후 4월 2.9%, 5월 2.7%, 6월 2.4%로 3개월 연속 낮아졌다.

    특히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데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해온 기준에도 부합한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추세가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통위에서는 지난 2월 회의부터 한 명의 위원이 꾸준히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해왔다. 해당 의견을 낸 금통위원이 내수 부진에 무게를 두고 인하 결심을 굳힐 경우 이번달 금통위에서 소수 의견으로 등장할 수 있다. 

    또 올해 금통위에 새롭게 합류한 황건일·이수형·김종화 위원이 중립적 의견을 내놓다 7월 금통위부터는 본격적인 의견 개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 인하 압박받는 한은… 시장 기대는 8월로 ‘성큼’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 의견이 나온다면 정부와 여당의 금리인하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 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우리 경제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모든 부분이 이제는 다 정상화됐다”면서 “이제 금리는 내려갈 방향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일 비전발표회에서 “당 대표자가 되면 금리를 낮추기 위한 논의를 당이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한 방송에서 “금리 인하 환경이 갖춰졌다”면서 조기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도 연초 7월에서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밀렸다가 다시 8~10월로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률 둔화와 내수부진 등을 고려할 때 이달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오고 다음달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7월 회의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8월 인하에 대한 힌트를 제공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최근 발간한 '7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한은은 11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인하 소수의견이나 이창용 총재의 물가 안정세 확신 언급 등 완화된 시그널을 전달할 것으로 예측한다”면서 8~10월 인하 가능성을 점쳤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는 이달 이후 8월에 열린 뒤 9월을 건너뛰고 10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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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는 괜찮은데… 가계빚‧환율 불안불안 

    물가가 점차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로 인해 달아오르고 있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시장은 반대로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가계 빚 증가세는 관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연초 진성세를 보이던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 한달간 5조1000억원 불어나더니 5월에는 6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6월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만 5조3415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더해지면 증가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가계대출 증가에는 금리인하와 함께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182건으로 전월 대비 7.1% 늘었다. 한해 전과 비교하면 39.3%나 증가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이 5000건을 넘어선 것은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8월(5054건) 이후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긴축 종료를 선언할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에서 “나만 뒤쳐질 수 있다”는 ‘패닉바잉’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한은이 물가만 바라보고 통화정책 결단을 내리기 어려워진 이유다.

    변동성이 커진 환율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경기 호조세와 유럽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달러 강세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미국도 최근 물가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지만 재정지출 확대 등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전망이 이를 상쇄하며 강달러를 지탱하고 있다. 

    연준보다 한은이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수개월째 1300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수입물가가 오르면 물가와의 길고 긴 싸움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